경제·금융 정책

개인도 '신용관리자' 되기전에 구제한다

가계대출 '프리 워크아웃' 활성화<br>내년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 규모 33兆대<br>소득감소에 집값 떨어져 상환능력은 약화



정부가 신용회복기금(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위원회 등 금융 소외자 지원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이는 주로 저소득 신용관리대상자(옛 신용불량자) 구제에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택담보대출 등 근로소득자들이 소득 감소나 담보가치 하락 등으로 신용관리대상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상대로 가계대출의 프리 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고 지도ㆍ감독에 나선 것은 이 같은 시스템 미비로 일반 가계 차주들이 부실 금융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개인도 기업처럼 부실이 표면화하는, 즉 신불자로 공식 등록되기 전에 구제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내년에만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는 분할 대출 규모가 33조원에 이르는 등 가계의 대출상환능력은 갈수록 허약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내년부터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 본격화된다=이성남 민주당 의원이 금융당국의 자료를 인용, 분석한 결과 내년부터 거치기간이 만료되면서 원리금을 상환하는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는 대출 규모는 올해는 17조4,000억원에 불과했으나 내년에는 33조5,000억원으로 늘고 오는 2010년에도 24조8,000억원에 이른다. 앞으로 2년 동안 상환 규모가 58조3,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5대 시중은행 기준으로 분할 상환대출 차주 수를 보면 누계 기준으로 2008년 59만명, 2009년 92만명, 2010년 119만명으로 해가 갈수록 급증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하필 경제 전반이 좋지 않은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전망대로 신규 일자리가 내년 1ㆍ4분기에 4만명 정도에 그치고 반토막 아파트가 속출하는 등 가계의 대출상환능력은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어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한은이 최근 내놓은 내놓은 3ㆍ4분기 가계신용 자료를 보면 가구당 가계빚은 처음으로 4,000만원을 넘어선 상태다. 삼성증권도 이날 내놓은 자료에서 1금융권의 부실 가능액을 44조원으로 추산하면서 가계 부문의 부실이 6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정부는 제3차 배드뱅크, 신용회복지원 사업 등 가계대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여러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나 주로 저소득 금융 소외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일반 가계 차주를 대상으로 사전에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는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가계 프리 워크아웃 어떤 식으로 운용되나=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자체 사정을 고려, 가계 프리 워크아웃 프로그램을 수립하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사전 구제’라는 프리 워크아웃 취지에 걸맞게 신용관리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차주를 대상으로 채무 재조정 등을 통해 정상 금융 거래자가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일부 은행이 시행 중인 가계 프리 워크아웃 제도를 보면 신용관리대상자가 되기 전에 구제하는 것이 특징이다. K은행의 경우 1개월 이상 연체자, 담보가치 하락 개인 채무자 등을 대상으로 신용도 등을 고려해 대출기간 재조정, 금리인하, 대환대출 등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채무회생과 거래 정상화 등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현재 신용관리대상자는 연체기간 3개월 이상으로 연체금액이 5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가계대출 프리 워크아웃은 향후 신용관리대상자로 들어갈 위험이 큰 가계 차주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여러 은행들이 향후 계획에 가계대출 프리 워크아웃 제도 도입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도ㆍ감독 등을 통해 활성화되도록 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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