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증권사들 '묻지마式' 외국기업 유치

실적올리기 급급 엄격한 심사없이 무분별 계약 남발<br>IPO인력도 없이 영업 다반사… 투자자들 불신만 키워


"어떤 증권사는 전문인력 하나 없이 통역 한 명만 데리고 계약에 나서는 경우도 있습니다."(국내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 최근 들어 외국 기업들을 국내증시에 상장시키기 위한 증권사들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부실 유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기업 유치에 뛰어든 증권사들 가운데 기업공개(IPO) 관련 전문인력을 갖춘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외국 기업에 대한 심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신만 키우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한 증권사의 해외 IPO 담당자는 "상당수의 증권사들이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엄격한 심사 없이 무분별한 계약이 남발되고 있다"며 "이들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이 일부 건실한 외국 기업들까지 불신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현장에 나가 있는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도 "현재 IPO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도 확보하지 않고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증권사가 허다하다"며 "관련 업무에 대한 전문인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인 연합과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8년 12월 국내 증시에 상장된 연합과기는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두 번이나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국기업은 믿지 못하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자 한국거래소는 뒤늦게 외국 기업 상장 심사를 한층 강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묻지마'식의 외국기업 유치에 나설 경우 제2, 제3의 연합과기 사태는 얼마든지 터져나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 기업의 상장 이후 상장 주간사를 맡은 증권사들의 책임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상장심사시 기업 자체가 심사를 받는 국내 기업과 달리 외국 기업의 경우 상장 주간사가 심사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상장 이후 외국기업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심사대상이 된 상장 주간사도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권사들은 국제 무대에서 한국증시의 인지도가 낮은데다 국내 투자자들도 외국 기업을 외면하고 있어 외국의 우량기업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14개 외국 기업 가운데 차이나하오란ㆍGSMTㆍ차이나그레이트ㆍ코웰이홀딩스ㆍ중국원양자원 등 5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B증권사의 한 해외 IPO 담당자는 "외국 기업들도 저평가 문제 때문에 한국 증시 상장을 꺼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외국의 대형업체와 계약을 맺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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