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소액 공모시장에 뭉칫돈 몰린다

증시 부진에 단기수익 겨냥한 투자 늘어<br>일경산업개발·태창파로스 등 잇단 흥행<br>재무상태 등 취약한 경우 많아 주의해야


연초 이후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자 단기매매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소액공모 시장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하루동안 소액공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글로스텍으로 1,897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됐다. 목표 공모금액(9억9,999만원)의 187배에 달하는 자금이 몰린 셈이다. 소액공모는 10억원 미만의 규모로 유상증자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소액공모는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돼 한계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

글로스텍은 너무 많은 자금이 한꺼번에 몰려 주금납입일을 하루 연기하는 등 공모일정까지 변경해야 했다. 글로스텍 측은 “당초 예정대로 24일 주금 납입을 완료한 후 청약금 환불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워낙 많은 금액이 청약돼 모든 업무를 처리하지 못했다”며 “은행업무시간이 초과해 주금납입일을 24일에서 25일로 하루 연기했다”고 말했다.


연초 소액공모에 나선 다른 코스닥 상장사들도 잇따라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23일 유상증자를 실시한 일경산업개발은 9억9,969만원 모집에 1,388억원이 몰려 청약경쟁률이 138대1에 달했다. 21일부터 이틀간 청약을 실시한 태창파로스의 청약경쟁률도 147대1을 기록했다. 이 밖에 엔티피아도 9억9,982만원 모집에 1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들어왔고 오리엔트정공도 목표금액을 초과한 자금이 유입돼 무사히 유상증자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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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공모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다른 업체들도 나서고 있다. 영진인프라는 28일부터 이틀간 주당 1,350원에 보통주 71만6,845주를 발행하는 소액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모집금액은 9억9,999원이다.

소액 공모 시장이 연초부터 과열양상을 띠는 것은 증시 침체로 종목매매를 통해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투자자들은 비교적 싼 가격에 주식을 발행하는 소액공모에 참여해 주식이 상장되자 매도 주문을 내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소액공모에 나선 업체들의 유상증자 발행가는 시가에 비해 주당 500~1,800원으로 낮은 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원화 강세와 상장사들의 지난해 4ㆍ4분기 실적 부진으로 증시가 부진을 보이면서 갈피를 못 잡은 대기자금이 늘고 있다”며 “기준금리 하락으로 종합자산관리계좌(CMA)수익률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소액공모주를 타깃으로 삼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코스닥 상장사 IR담당자도 “최근 마땅한 투자처가 없자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이 5~10%의 수익률을 보고 소액공모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주식이 상장되자마자 주가가 오르면 매도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소위 ‘치고 빠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소액공모에 투자할 때는 주의를 해야 한다. 소액공모에 나서는 기업 중 재무상태가 불안하거나 지분구조가 취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티피아는 4년 연속 적자로, 오리엔트정공은 자본잠식 50% 이상으로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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