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취업 스트레스 심해 무기력한 생활…청년 백수들 '우울증'

"사람 만나기 싫고 자신감도 없어요" 불면증에다 카드빚·흡연량만 늘어<br>전문가 조언 "비슷한 부류 사람들과 인터넷서 고민 나누고 가족에게 도움 청해야"

취업 스트레스 심해 무기력한 생활…청년 백수들 '우울증' "사람 만나기 싫고 자신감도 없어요" 불면증에다 카드빚·흡연량만 늘어전문가 조언 "비슷한 부류 사람들과 인터넷서 고민 나누고 가족에게 도움 청해야" 정영현기자 yhchung@sed.co.kr 이유미기자 yium@sed.co.kr "버스를 타고 한강 다리를 건너고 있었는데 흐르는 강물을 보니 문득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해 8월 한 사립 명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손모(26)씨는 이른바 청년 실업자다. 경영학까지 복수 전공한 손씨의 '취업 스펙'은 학점 3.92에 토익 925점.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올 초까지 국내 대기업 수십 곳에 원서를 냈지만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고 현재는 노량진 고시학원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손씨는 "세상이 참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감도 점점 없어지고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한다"고 말했다. 2004년 2월에 졸업한 백수 4년차인 최모(31)씨는 졸업 직후엔 대기업에 원서도 내고 면접도 보러 다녔다. 그러나 낮은 학점과 토익 점수 때문에 취업에 실패했고 백수 2년차부터는 변리사시험 공부에 매달렸다. 하지만 변리사 공부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아 요즘은 매일같이 학교근처 자취방에 틀어박혀 하루하루를 보낸다. 최씨에게 남은 것은 하루 2갑으로 늘어난 흡연량과 500만원의 카드빚뿐. 불면증 때문에 혼자서 소주를 마시는 날도 허다하다. 최씨는 "지난 설엔 고향에도 내려가지 않았다"며 "가족과 학교 선후배와도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지독한 외로움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기대치에 맞는 직장을 구하다 수년째 백수 신세가 되는 경우도 있다. 박모(32)씨는 첫 직장이 맘에 안 들어 사표를 냈지만 4년째 재취업을 못해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박씨는 "호기롭게 사직을 했지만 재취업도 못하고 그렇다고 다시 원래 직장에 들어가지도 못해 후회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취업 문이 좁아지면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단순한 스트레스는 불면ㆍ우울증ㆍ대인기피증으로 발전해 일부 젊은이들은 정신과 문까지 두드리고 있다. 유상우 연세Yoo&Kim 신경정신과 원장은 "하루 평균 40~50명의 환자가 내원하는데 이중 10~12명이 취업 스트레스를 호소한다"며 "IMF 이후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더니 2002년 이후 그 숫자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취업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불안ㆍ초조ㆍ불면ㆍ우울증ㆍ의욕저하ㆍ대인기피 등의 증세를 보인다"며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교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비슷한 경험이 있는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가족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스스로 노력해도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없을 때는 '최후의 선택'으로 전문의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덧붙였다. 입력시간 : 2007/02/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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