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3월1일] 타자기


1874년 3월1일, 미국의 총기회사인 레밍턴사가 신제품 하나를 선보였다. 덕분에 여성들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대가 열렸다. 신제품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타자기다. 실용적 타자기의 선구로 꼽히는 레밍턴 타자기의 발명가는 지역신문의 편집장 출신인 크리스토퍼 숄스(Christopher Sholes). 숄스는 1867년 취득한 특허를 1만2,000달러를 받고 레밍턴사에 넘겼다. 요즘 가치로 141만달러에 특허를 사들이며 레밍턴사는 고민을 거듭했다. 기술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탓이다. 숄스가 미국에서 52번째로 타자기 특허를 따기까지 소개됐던 수많은 타자기 중에 제대로 된 제품은 전무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우려와 달리 레밍턴사는 첫 제품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당시로서는 적다고 볼 수 없는 4년간 판매량 5,000여대라는 실적도 실적이지만 평가가 좋았다. 글자를 치고 난 뒤 4행이 지나서야 제대로 쳤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이전 타자기와 달리 레밍턴 타자기는 바로 오타 확인이 가능했기에 사용자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대문자와 소문자 구분, 띄어쓰기 기능이 추가된 2호제품(1878년 출시)에서 레밍턴사는 대박을 터뜨렸다. 급성장하는 미국의 산업과 더불어 타자기는 사무실의 근무 분위기를 새롭게 바꿨다. 타자기로 서류를 만들어내는 여성 사무노동자 계층도 생겼다. 컴퓨터에 밀려 타자기는 사라졌지만 레밍턴 1ㆍ2호가 남긴 흔적은 여전하다. 전세계 사무기기에서 사용되는 자판의 기본 배열인 ‘쿼티(QWERTY) 방식’의 원조가 레밍턴 타자기다. 기계의 얽힘을 방지하기 위해 자주 쓰는 철자를 되도록 멀리 떨어뜨린 쿼티 자판은 비효율적이라는 불평에도 표준의 지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134년 전 오늘 시작된 사무혁명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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