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위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팬택앤큐리텔이 이동통신사의 과도한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 유통망 구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 여부에 따라 휴대폰 업체와 이동통신사간 힘겨루기가 재연될 수도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팬택앤큐리텔은 SK텔레콤의 대형 대리점 등에 직접 휴대폰을 공급하는 방안을 두고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자체 유통망을 보유한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달리 팬택앤큐리텔은 생산하는 휴대폰 전량을 이동통신 3사에만 공급해 왔다.
팬택앤큐리텔의 한 관계자는 “결국 독자적 유통망을 갖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의문이 없다”며 “시기와 방식, 조직구성 등을 놓고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리점을 상대로 영업을 할 경우 이통사와의 일방적인 협상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휴대폰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SK텔레콤의 휴대폰 유통을 맡은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태로 덩달아 타격을 입자 독자 유통망 구축에 나섰다가 이통사들의 강한 견제로 철회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통사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극도의 입조심 속에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팬택앤큐리텔의 시도가 성공을 거두기에는 아직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통사들의 ‘압력’을 버텨내고 실제 추진할 수 있을지조차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조사 입장에서 언제까지 이통사들에게 휘둘릴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도 “자칫 하면 팬택앤큐리텔만 큰 상처를 입고 물러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서비스 중심으로 급속히 발전해왔다는 점에서 제조사들이 추진하는 유럽식 유통모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견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