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들과 월례 기자간담회를 갖고 실업문제, 재벌개혁 등 경제현안과 정치개혁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다음은 이날 간담회 일문일답 요지.
- 재벌들이 구조개혁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은행을 통한 제재 이외에 다른 제재방안은 있는가.
▲정부로서는 경제논리에 의해 해결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은행을 통한 합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 자세한 얘기는 금감위원장이 해달라.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 지난해 12월 7일 주채권은행들이 5대재벌과 구조조정에 대한 기본약정을 체결했으며 이행실적을 매 분기별로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제재를 가하기로 한 것이다. 제재는 금융기관이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할 것이며, 정부가 다른 의도를 가지고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재벌에 대한 제재조치시 경제적 파장이 엄청날 것인데 이에 대한 검토는 있었나.
▲일단 기업이 (약속을) 실천하는 것을 보고 약속대로 하지 않을 경우 제재조치를 할 것이다. 제재가 기업을 파멸시킨다는 것은 아니다. 워크아웃도 발못된 기업을 살려가는 것이다.
- 워크아웃 대상에 재벌기업도 포함될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해도 되나.
▲그렇다. -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정부의 중산층 육성대책은.
▲중산층 육성은 사회안정을 통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세한 얘기는 재경부장관이 해달라.
▲이규성(李揆成)재경부장관= 정부는 중산층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부문에 있어 가계대출 금리를 지속적을 내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 중소·벤처기업 창업지원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벤처기업투자에 세액공제를 확대할 생각이다.
- 노사정위가 유명무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노사정위를 만들어 성공한 외국사례를 보더라도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일시적인 현상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노사정위를 이제 법적기구로 만들려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다시 모여 거기서 따질 것은 따지고 욕할 것은 욕하고 힘을 합쳐 나라경제를 살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 최근 소비풍조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대부분의 소비는 시장, 백화점, 농산물 분야에서 많이 행해지고 있어 그렇게 불건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부 사치성 소비가 있으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막을 수는 없다. 대신 불건전 소득에 대해선 추적해 세금을 물릴 권리가 정부에 있다.
- 정치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은.
▲정치개혁은 참으로 절대적인 문제다.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대단히 크다. 깨끗한 선거를 내년 총선에선 반드시 실현할 생각이다. 우리 정치를 더 한층 정화시켜 국민의 신임을 받게 해야 한다.
- 정치개혁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가. 또 내각제 논의를 유보키로 결정하기까지 김종필(金鍾泌)총리와 특별한 대화가 있었나.
▲대통령과 여당총재 입장에서 정치개혁에 적극 개입해 반드시 이뤄지도록 하겠다. 내각제 유보를 결정하면서 金총리와 특별히 얘기한 것이 없다. 8월말까지 유보키로 한 것은 그 때까지 굳이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이 더 긴급하다.
- 젊은층 수혈론이 내년 총선과 관련이 있는가.
▲지금 우리 유권자중 과반수가 20-30대다. 그렇다고 세대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대교체는 인위적으로 해서는 안된다. 21세기를 맡을 주력부대를 키워 선거때 노장청 연합으로 나가야 한다. 젊다는 것은 나이보다는 생각이 젊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대체로 나이가 젊으면 생각도 젊다.
- 국민회의 전당대회등 향후 정치일정 구상과 지역감정 해소대책은.
▲국민회의 전당대회는 선거구제 등 사정을 봐가면서 결정하겠다. 지역감정문제는 대통령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역차별은 언론협조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지역차별로 정치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언론이 공적으로 규탄해야 한다.
- 8월말까지 내각제논의가 유보되면 연말까지 내각제 개헌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아울러 합당론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내각제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으나 지금은 얘기하지 않겠다. 그리고 합당론은 나로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당차원에서도 논의되고 있지 않다.
- 여성들의 의회진출 확대방안과 여성장관을 임명할 생각은.
▲일정비율 이상 여성들이 의회에 진출하도록 하겠다. 더 중요한 것은 여성이 지역구를 통해 의회에 진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도 관심을 쏟겠다. 이미 여성이 각료로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 여성이 참여토록 하겠다. /김준수 기자 J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