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20년 만의 귀향-최동규 특허청장


과분한 자리에 부임한 지 두 달이 돼간다. 특허청장 임명을 받고 귀국행 비행기에서 다소 들뜬 기분으로 특허청 동료들이 20년 만에 돌아오는 필자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누군가는 강산이 두어 번 바뀐 시간 만에 돌아온 필자가 옛날 방식을 강조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설 것이다. 기본적인 특허청 업무를 잘 알기에 현안을 말끔하게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는 동료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초임 사무관 시절 7년간 특허청에서 근무했고 당시 의장심사로 불린 디자인심사도 경험했기에 특허와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나름의 기본지식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특허청 동료들이 지식재산권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제도의 취지를 시시콜콜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기에 불필요한 중간과정 없이 동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취임 직후부터 치른 각종 행사와 국제회의 준비과정에 기관장의 이해를 돕기 위한 보고서나 연설문 등의 작성을 금지하고 동료들이 핵심적 업무에 매진하게 했다. 사실 이것이 20년 만에 돌아온 필자가 가진 최대의 장점이며 동료들도 이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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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필자의 생각과 다른 것 같다. 많은 동료는 거두절미하고 핵심만 토론하자는 필자의 생각을 오히려 힘들고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약'인 모양이다.

공무원 사회는 초임 시절 조직의 업무 개선에 관심이 많고 소신도 있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초심을 잊기 마련이다. 필자는 초임 시절 직접 몸으로 겪으며 조직의 업무 개선에 대한 생각을 가졌고 초심이 나이나 승진으로 희석되기 전 특허청을 떠났다. 그래서 아직 초심을 간직한 편이고 이제 생각을 구체화할 위치에 있다. 필자의 이런 생각이 오랜 공직 생활을 한 동료에게는 젊은 시절의 패기와 개혁 마인드를 상기시키고 이제 막 공직에 입문한 동료에게는 창조와 발전을 함께 고민하는 동료의식을 심어주기 바란다.

요즘 기업경영에서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은 날로 강조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아직 우리의 지재권 보호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특허청 업무의 기본이 되는 심사·심판 업무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지재권을 둘러싼 국제 규범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 우리가 변화를 주도해야 할 것이다.

이같이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특허청 출신으로서 갖는 '전문성'과 특허청을 떠나 외교관으로 경험한 '보편성'을 조화롭게 살리도록 노력하겠다. 지식재산이라는 전문 분야에서 동료들이 전문가적 소양은 적극 살리면서 보편성은 잃지 않도록 도와 지식재산 행정이 경제 혁신과 창조경제 구현을 앞당기는 데 일조하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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