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5월 26일] 통화선물을 활용하자

이전에는 환율이 변동함에도 중소기업들이 환위험 관리를 하지 않아 문제라는 기사를 자주 접하고는 했다. 최근에는 오히려 환헤지를 잘못해 수출업체들이 거액의 환손실을 입고 있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비용이 들지 않는 반면 환율이 급등하면 해당기업이 오히려 거액의 손실을 입도록 설계된 이른바 KIKO(Knock-In, Knock-Out)라는 장외통화옵션거래로 많은 수출업체들이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업체의 52.8%가 환율변동으로 손익구조가 악화됐고 29.9%가 KIKO 옵션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KIKO 옵션계약은 환율변동이 크지 않을 경우 사용자가 이익을 보면서도 가입 당시에는 계약에 따른 비용이 들지 않아 기업들이 많이 이용했는데 환율변동이 클 경우 손실 규모가 예상외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 손실이 아닌가 생각된다. 파생상품이 효율적인 위험관리 수단이 될지 매우 투기적인 수단이 될지는 결국 파생상품을 이용하는 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파생상품 및 금융시장에 대한 과욕이나 과신은 절대 금물이다. 무엇보다 파생상품의 활용목적이 위험관리인지 이익극대화인지를 사전에 분명히 정해 그 목적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 원래 기업들이 환위험을 헤지하는 목적은 예측하기 어려운 환율변동의 위험을 사전에 제거해 적정한 마진을 확보함으로써 경영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데 있다. 헤지를 할 경우 환율이 변동되더라도 현물시장에서의 손익과 헤지시장에서의 그것이 상쇄됨으로써 헤지할 당시의 환율로 해당 기업의 손익을 고정시킬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환위험을 관리하는 상품에는 한국수출보험공사의 환보험, 장외파생상품인 선물환, 그리고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된 통화선물 등이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각각의 상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용자 입장에서 적절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달러선물은 달러를 미래의 특정 시점, 특정 환율로 매매할 것으로 약속한 계약을 거래한다는 점에서 선물환거래와 유사하나 거래소시장에서의 경쟁매매로 가격이 투명하게 결정되고 거래 단위 및 결제일 등이 표준화돼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달러선물시장의 경우 하루 평균 거래량이 2만5,000계약(12억5,000만달러)으로 유동성이 풍부해 언제든지 사고파는 것이 가능하다. 시장 상황이 불리하게 움직일 경우 갖고 있던 계약을 손쉽게 정리할 수 있어 사용자가 시장 상황에 맞게 환위험을 탄력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장외파생상품과는 달리 신용도에 상관없이 소액의 거래라도 증거금만 납입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처럼 달러선물시장은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장외파생상품에 비해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상품이 표준화ㆍ단순화돼 있어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들에게 유용한 헤지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 경쟁매매 방식으로 처리하기 곤란한 대량물량을 시장 충격 없이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협의대량거래도 가능하므로 대기업이나 기관 투자가들도 달러선물시장을 활용할 수 있다. 환위험관리는 비단 수출업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경제로 볼 때 수입업체도 적극적으로 환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적절한 파생상품시장을 활용해 환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부당한 손실을 보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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