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1월 14일] 서양도 無爲에 반했는데…

"여기 나무들은 전기분자처럼 연결돼 있어. 1만그루도 넘는 나무가 말이야. 이건 정말 놀라워." 외화로는 처음 800만명을 넘어 1,000만명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에서 하이브리드 생명체를 만드는 아바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학자 그레이스 박사의 대사 중 한 대목이다. 식물학자인 그가 틈나는 대로 판도라 위성의 식물을 채취해 연구하던 중 식물들이 서로 연결돼 영혼을 교감한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확인한 부분이다. 이 영화에는 '첨단기술의 승리다' '영화의 혁명이다' 등 컴퓨터 그래픽기술에 대한 찬사와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패러디했다' '3D 포카혼타스다' '너무 평이하다' 등 내용에 대한 혹평이 뒤섞여 있다. 2시간4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관람객을 잡아두는 영화의 매력이 탁월한 기술력에있든 동화 같은 이야기에 있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그래서 400여년간 지구를 이끈 서양이 동양의 정신과 철학을 되새김질해 세계가 공감하는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환경파괴ㆍ승자우월주의라는 부작용을 낳은 서양 사상을 유지하면서 인류가 지속하는 것은 가능할까'라는 질문의 해답 찾기가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양의 동양사상 연구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카메룬 감독이 도가의 무위(無爲) 사상을 영화에 녹여낼 정도로 그들의 동양에 대한 이해력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그는 인위적인 것을 금하고 자연의 법칙에 따라 행한다는 무위사상을 족장의 딸 네이리티의 입을 통해 전한다. 총칼을 앞세운 지구 침략자들을 무찌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하는 전사 제이크에게 네이리티는 "에이와 여신은 누구의 편을 들지 않아 세상의 균형을 유지할 뿐이야"라고 말한다. 침략으로 세력을 넓히는 제국주의 전략을 구사했던 서양이 '너와 나, 자연과 인간은 구분되지 않는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현실로 돌아와 우리 모습을 보자. 4대강 공사를 포함해 전국토의 공사화를 부르짖으며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인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서양을 닮기 위해 우리글이라 자랑하는 한글을 영어 표기용 껍데기 언어로 전락시킨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올 한해는 우리가 누구인지 스스로 물어볼 수 있는 여유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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