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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에 흔들리지 않고 R&D에 매진
빠른 판단으로 장기적 기술혁신 가능
다이슨 경 최근 장남에 승계 의사 밝혀
신기술 관심 높은 한국 시장에 큰 관심
영국의 혁신 가전 기업, 다이슨의 창업주 제임스 다이슨 경(卿)은 17년 전 장차 회사를 먹여 살릴 디지털 모터 개발에 수백만 파운드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실패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이사회에선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창업자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사회의 요구에만 집중한다면 의미 있는 기술개발은 어렵다. 흔들림 없는 결정 덕분에 다이슨 모터는 더 강력해졌으며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혁신의 핵심이 됐다." 다이슨 경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다이슨은 지난 4월 "가족기업으로 남겠다"는 선언과 함께 67세를 맞은 제임스 다이슨 경의 후계 윤곽을 드러냈다.
제임스 경의 장남인 제이크 다이슨이 세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회사를 인수하면서다. 제임스의 두 아들인 제이크와 샘은 이미 다이슨 이사회 멤버이자 본사 연구·디자인개발(RDD)센터에서 근무 중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제임스·제이크 부자(父子)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다이슨이 가족경영을 선택한 배경과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부자와 동시에 인터뷰한 것은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이다.
제임스 경은 "15~20년이 걸리는 장기적 기술혁신은 가족경영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빠른 판단과 능동적 경영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사회 요구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고 출시하는 데 신경을 쓰지만 다이슨은 이를 지양하고 연구개발(R&D)에 매진, 혁신적 도약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다이슨 부자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도 "가족기업은 단기 수익 추구에 매몰되지 않고 온전히 제품에만 몰두할 수 있다"며 추후 기업공개(IPO) 같은 절차도 밟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현재 다이슨 지분은 100% 창업주 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아버지의 뒤를 이을 제이크의 발명가 기질도 다이슨이 가족경영을 선택한 요인이다.
제이크는 "유년시절부터 아버지가 밤낮없이 진공청소기 제작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며 컸다"면서 "아버지를 따라 발명가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말했다. 제이크는 지난 2003년 제이크다이슨프로덕츠를 세워 LED 조명 개발에 뛰어들었고 10년의 노력끝에 수명이 40년에 이르는 LED 조명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전세계 27개국서 팔리고 있으며 지난 2년간 판매량은 8배로 뛴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 4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다이슨은 지난해 기준 추정가치 35억파운드(약 5조9,749억원), 연매출 13억파운드에 이르는 세계적 가전 기업으로 성장했다.
2세 승계를 확정하고 전환점에 들어선 이 회사는 이제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하며 또 한 차례 혁신에 도전하고 있다. 다이슨 부자는 "와이파이(Wifi)를 적용해 지능적 청소가 가능한 다이슨 로봇청소기처럼 IoT를 활용한 생활 가전기기들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다이슨은 구글·애플 같은 타 업체의 기술을 빌리거나 공유하기보다 자체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이슨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는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다이슨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주력인 청소기 제품의 한국 판매량은 전년대비 6배로 늘었다. 제임스 경은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국 시장을 눈여겨 보고있다. 앞으로도 최신 제품을 한국 시장에 최대한 빨리 공급할 계획"이라며 "이번에 새로 다이슨 제품에 편입된 제이크다이슨프로덕츠의 LED 조명도 정식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