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서석유화학 김영곤씨] 무파업속 17년째 노조위원장

현장근로자가 파업 한번없이 17년째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어 장수비결(?)이 관심을 끌고있다. 울산석유화학단지내 동서석유화학 김영곤(金永坤·48·전국화학연맹 부위원장)씨.지난 78년 입사한 金씨는 80년 노조설립을 주도한 뒤 82년 초대위원장 중도사퇴에 따른 권한대행을 시작으로 입사 22년째인 올해까지 17년째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다. 노조설립 20년역사중 3년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초대위원장의 2년(80~81년)과 4대위원장의 1년(89년)을 뺀 나머지 기간을 金씨가 독식한 셈이다. 특히 金씨는 지난 92년부터 내리 3선, 사장을 6명이나 맞이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金씨의 노조위원장 17년 역임기록은 노동운동사상 손에 꼽을만한 것이다. 노동계에 장기투신하고 있는 인물은 많지만 단위사업장 노조위원장을 17년이나 「장기집권」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金씨는 그동안 두차례의 파업위기를 맞았으나 협상력을 발휘해 막판 대타결로 지금까지 무파업으로 노조를 이끌고있다. 그의 장기집권은 노조원들과 혈연에 가까운 신뢰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합원들이 친형처럼 따르는 그는 해결사란 별명이 말해주듯 길·흉사는 물론 회사내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나면 제일먼저 현장에 달려가 구급활동과 산재보험처리 등 법적처리를 도맡는다. 장례절차 관련책자만 수십권을 탐독했다. 그의 교섭력도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는 한 요소다. 지난해 아사히사와 벌였던 담판이 그 예. 그는 합작사이던 아사히사가 한일그룹 소유 50%지분을 전량 사들이자 아사히사 대표와의 담판을 요청, 한국의 노동정서상 한국인이 대표이사를 맡는게 생산성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정서론을 펼쳐 양보를 끌어냈다. 그결과 사장은 한국인, 부사장은 일본인이 맡게됐다. 金씨는 또 지난해 원료탱크의 누수위험과 관련 아사히측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코팅을 계획하자 탱크 전면교체를 요구했다.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 金씨는 지난해 회사가 창립 30년만에 최대적자를 보자 140여명의 조합원들을 일일이 만나 임금동결을 설득했고 올 임금협상에서도 동종업계 평균인상률 5%보다 낮은 3.5%를 회사측에 제시해 조기타결을 끌어냈다. 회사측도 金씨의 지도력과 합리성을 높이 평가해 안전관리과장직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조합원들로부터 「어용위원장」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대다수 조합원들은 여전히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강경파였다는 金씨는 『선배 노조위원장이 전복을 사들고 사장집을 찾아가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지킬 것은 지키며 상대방을 존중할줄 아는 합리성을 가져야 노동운동도 성공할 수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것. 매월 봉급의 일부를 떼내 불우청소년 2명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있는 그는 『임기내 사원들의 주택보급률을 100%까지 올리는 것이 최대목표』라며 『그 후에는 노사양측을 잇는 가교역할로 정년을 맞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기자K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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