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 많은 영혼들 편히 잠들기를…"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10주기 추모행사

느닷없는 건물 붕괴로 502명의 희생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10주기인 29일 유가족 400여명이 참가한 서울 서초동 양재 시민의 숲 안에 위치한 `삼풍참사 위령탑' 앞에서 추모행사가 열렸다. 아침부터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이날 추모행사에서 삼풍참사 희생자 유족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위령탑 앞에 일렬로 서서 준비해 온 국화를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 앞에 헌화했다. 삼풍유족회 김순자(68ㆍ여) 회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삼풍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며 "꿈도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이 떠난 502명의 희생자들이 오늘 조금이나마 마음을 달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추모사를 읽는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동안 숨을 고른 뒤 "다시는 이런 일이 이 땅에 일어나지 않을 것과 이곳의 영혼들이 편히 잠들기를 바란다"는 말로 추모사를 겨우 마쳤다. 이날 추모행사 도중 일부 유가족은 참사 당시의 기억을 떠올린 듯 슬픔을 참지 못하고 끝내 오열해 주변의 다른 유가족도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분위기가 더욱 숙연해졌다. 삼풍참사 당시 막내 딸 이은정(당시 29)씨를 잃은 유순전(65ㆍ여)씨는 줄을 서서 추모비 앞에 헌화하던 중 가슴을 쥐어뜯으며 "딸아 보고싶다"고 외쳐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유씨는 "우리 아이 하늘에서 잘 있느냐. 하느님 우리 아이 좀 잘 보살펴 주세요"라고 계속 외쳐대기도 했다. 당시 백화점 직원으로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열흘밖에 안 된 딸 조종분(당시 29ㆍ여)씨를 잃은 김재완(68ㆍ여)씨도 주변 사람의 손을 잡고 눈물을 훔치며 "새로 가구도 들여놨었는데 딸이 그렇게 가 버렸다"며 허탈해했다. 임춘호(58ㆍ여)씨도 사고로 목숨을 잃은 딸 나혜진(당시 23)씨를 생각하며 매년 추모행사에 참여하고 있지만 가슴이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임씨는 "매년 추모행사가 열리는 날마다 비가 왔는데 오늘도 추적추적 비가 와 가슴이 아프다"며 "유해를 동해에 뿌려 일년에 몇 차례씩 찾기는 하지만 오늘도 딸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6ㆍ25 전쟁 이후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희생자를 낸 참사로 기록된 사고 현장에 추모비 하나 세우지 못한 점도 원통해 했다. 삼풍백화점 유족회는 그 동안 삼풍백화점 참사가 일어난 6월29일을 `범국민 안전의 날'로 지정할 것과 서울 서초동의 옛 삼풍백화점 터에 추모비를 세워 줄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범국민 안전의 날 지정은 요원하기만 하고 옛 삼풍백화점 터에는 당시참사를 기록할 수 있는 비석 하나 없이 지난해 호화 주상복합아파트인 `아크로비스타'가 들어섰다. 유순전씨는 "유가족들이 아파트가 들어설 자리에 비석 하나만 세워달라고 그렇게 애원했는데 끝내 이루지 못해 한을 못 풀었다"며 "지금도 그 자리에 서 있는 아파트를 볼 때마다 원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장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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