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년 경기 불투명" 내실다지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내년에도 투자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앞으로의 경기 회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 움직임 등으로 유가 및 환율이 불안하게 움직이는데다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쉽사리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특히 전자ㆍ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은 투자 확대보다는 구조조정 지속과 영업활동의 활성화를 통한 내실경영에 더욱 주력할 뜻을 비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경기 침체가 아니라 내년 경영 계획을 짤 수 없을 정도로 경제환경 자체가 극히 불투명한 것"이라며 "올해 경기 회복을 주도해 온 내수도 최근 주가 폭락과 부동산 안정 대책 등으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 경기 불투명, 내실다지기 주력=기업들은 대부분 내년 경영환경이 극도로 불투명하다고 보고, 대규모 투자보다는 내실 다지기를 통한 '보수 경영'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경영계획 고려 대상으로 구조조정 지속(29.7%ㆍ복수응답 가능)과 해외시장 개척(25.0%)을 가장 많이 꼽았고, 유동성 확보(10.9%), 인재 확보(9.4%), 생산 및 재고관리(6.3%) 등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투자전략 마련은 18.8%에 불과했다. 이는 신규 투자나 사업 확장보다는 영업ㆍ생산 등 기존 조직의 강화와 한계 사업 정리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또 내년에 이라크전 발발(28.6%), 금융시장 불안(28.6%), 유가급등(20.6%) 등 돌발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기업들이 갑작스러운 경기 변동에 대비, 비상경영 계획을 강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투자에 대한 대기업들의 소극적인 태도는 최근 전경련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도 나타났다. 기업들의 10월 BSI는 115.1로 지난달(118.5)에 이어 안정세를 유지했으며 내수(129.0)와 수출(117.2), 자금(116.9), 채산성(117.2) 모두 활황이 예상됐으나 대기업의 비중을 고려한 가중 투자 BSI는 100미만에 그쳤다. ◇업종별 대응 전략 엇갈려=기업들은 대부분 내년 경영환경을 불안정하게 보면서도 구체적인 경영 전략을 어떻게 짤 것인지에 대해서는 업종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올해 경영실적이 좋았던 전자ㆍ자동차 등은 내년에도 공격적 투자에 나설 방침이어서 타업종들과 극명한 대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술분야 등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일류화ㆍ고급화 전략을 가속화,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일 방침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업계의 경우 반도체 경기 등이 내년 1ㆍ4분기에는 살아날 것으로 보고 그 동안 비축한 '실탄'을 바탕으로 불안정한 경영환경을 '정면돌파'에 나서기로 해 주목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최근 전자 사장단 회의에서 "올해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핵심 사업과 기술개발을 위해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며 내년에 전자 부문에만 6조원 이상을 투자키로 했다. 자동차 업계도 모두 올 하반기부터 내수가 어느 정도 침체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내년도 투자를 올해보다 최고 20%정도 늘리기로 했다. 이는 이달 중순 GM-대우차 출범을 앞두고 내수 시장에서 선제 대응하고 해외 공장 설립과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키우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이와는 달리 철강ㆍ시멘트ㆍ철강ㆍ조선ㆍ유화ㆍ정유 등의 대부분의 업종은 '위기 경영'을 기조로 내년 경영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는데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출가격 하락과 해외시장에서의 통상마찰 등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철강업체들은 무역장벽 및 통상 마찰 등으로 내년도 경기가 올해 수준에 그치거나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섬유업체들도 구조조정이나 제품가격 하락 등이 내년도 최대 경영 애로요인으로 작용해 경기가 올해 수준보다 나아질 게 없거나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화ㆍ정유업계도 응답업체의 66%가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나쁘거나 나아질 게 없다'로 전망하고 국내 시장의 구조조정이나 해외업체와의 경쟁이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