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펌 대표와의 '솔직토크'] 황주명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기업사정 잘 아는 몇 안되는 CEO죠"<br>대우그룹 법제실장등 경험<br>최근 론스타 변론 진두지휘<br>원로급이지만 정력적 활동<br>글로벌 로펌 네트워크 가입<br>시장 개방돼도 문제 없어



그는 기업을 잘 안다. 30년 전에 판사출신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기업 법무팀에서 일 해 본 경험 때문이다. 황주명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그는 78년 법원을 나와 대우그룹 법제실장을 지냈다. 당시로는 매우 드문 선택이었다. 황 대표는 “대우에서 근무한 경험이 바탕이 돼서 기업고객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다”며 “기업을 잘 아는 몇 안되는 로펌 대표일 것”이라고 웃었다. 황 대표는 97년 IMF 외환위기 소용돌이 속에서 대우그룹이 공중분해 된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 황 대표는 “당시 김우중 회장이 ‘뭐 든지 할 수 있다’며 자신감 넘치게 글로벌 경영을 일궜는데, (그룹이 해체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지금와서 보니 좀 지나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때 누군가 제어를 좀 해 줬으면 굴지의 기업이 돼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회고했다. ◇원로급이지만, 정력적 활동= 황 대표는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론스타 사건 변론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대표가 직접 재판에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매주 월요일로 예정된 재판에서 검찰측 논리에 ‘밀리지 않도록’ 빈틈이 없는지 하나 하나 직접 꼼꼼히 챙긴다. 최근에는 태안 기름유출사태와 관련해 충남 보령지역 어민들 돕기를 자청하고 나서 더욱 바빠졌다. 피해 어민들을 대리한다고 ‘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황 대표는 최소 수임료만 받고 피해 어민들의 소송을 맡기로 했다. 품도 많이 간다. 하지만 황 대표는 자신이 직접 현장에 내려가 소송을 진두지휘할 정도로 애착을 보이고 있다. 그의 나이 69세다. 시쳇말로 내일 모레면 칠순인데, 일에 대해서는 지칠 줄 모르는 정력을 발휘하고 있다. 황 대표는 “초창기 같이 일했던 변호사들의 나이가 어려 외국 클라이언트들이 나한테 의지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아직까지도 클라이언트들은 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은퇴는 아직 먼 얘기”라며 웃었다. 하지만 인터뷰는 어렵게 이뤄졌다. 바쁘기도 하지만, 법조계 원로로서 후배들 앞에 나서는 것이 민망하다는 게 이유였다. “있는 그대로 인터뷰를 하려는 것”이라고 하자, 황 대표는 마침 빈 시간을 내 인터뷰에 응해줬다. ◇법률시장 개방 대비 복안있다= 충정은 구성원들의 영어실력이 국내 로펌 가운데 최고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충정은 변호사를 채용할 때 영어능력을 최우선으로 본다. 황 대표는 “다른 로펌은 대부분 한국 변호사가 작성한 글을 재미교포 출신이 영어로 번역하는 식인데 우리는 처음부터 영어로 일을 한다”며 “채용때 연수원 성적보다 영어능력을 우선해서 본다”고 귀띔했다. 신입 변호사 중에는 해외에서 어릴 때 공부한 사람도 있고, 자체적으로도 영어 교육을 많이 시키는 편이라는 게 황 대표의 설명이다. 덕분에 론스타 등 해외 고객의 대부분은 충정의 차지가 되고 있다. 국내 법률시장 개방에도 충정은 다른 로펌과 달리 담담하다. 황 대표는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우리 고객들은 외국계 로펌으로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워낙 오랫동안 거래해 신뢰가 쌓여있고 그만큼 실력도 갖췄기 때문”이라고 확신에 찬 듯 말했다. 그는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외국 로펌은 국내 유능한 변호사를 뽑아 쓸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우리는 영어 구사능력 좋은 인재가 많아 지금도 외국 로펌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민도 있다. 충정의 해외 고객 비중이 절대적이다 보니 국내에서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 황 대표는 “주된 클라이언트가 외국계 기업이다 보니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 설문조사를 하면 우리 로펌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연평균 15% 성장… 검증된 CEO= 황 대표는 지난 93년 충정을 창립해, 지금까지 연평균 15% 정도씩 꾸준한 성장을 이끌고 있다. 변호사는 매년 10여명이 늘고 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이 정도 수준이 적당하다”며 급격한 외형 확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를 확 늘린다고 해도 갑자기 교육을 시킬 수도 없고, 차근차근 교육하기 위해 일부러 수를 크게 늘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 로펌이 전관영입 등으로 외형을 확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로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살리기보단 숫자 싸움을 한다”며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황 대표의 인재관은 뭘까. 황 대표는 아직도 직접 신입 변호사를 뽑는다고 한다. 매년 10여명씩을 채용하는데 그 중 3명 정도는 직접 만나서 선발하고, 나머지 인원은 선발위원회에서 채용을 담당한다. 그가 밝힌 채용 우선 순위는 “사법시험 합격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은 사람”이다. 황 대표는 “시험을 빨리 붙은 사람이 집중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집중력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해도 효율적인 능력을 발휘해 가능하면 시험 준비 기간이 짧은 사람을 선호한다”며 처음으로 ‘채용기준’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후배들이 좀 더 적극적이길 희망한다”며 “요즘은 나만 열심히 하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마케팅도 열심히 하고 일도 적극적으로 나서 수임하는 변호사가 좋다”며 인재상을 밝혔다. ◇미국 연수시절 변호사에 매력 느껴= 황 대표는 판사시절 미국 연수를 하면서, 변호사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그는 지난 74년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1년간 연수를 시작했다. 황 대표가 미국에 도착한 날은 공교롭게도 닉슨 대통령이 워터케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날이기도 했다. 황 대표는 “미국 연수시절, 판ㆍ검사가 전부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부터 새로운 진로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결국 황 대표는 엘리트 코스인 재판연구관까지 거쳤지만, “답답함”이 떠나지 않아 미련 없이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오히려 변호사 출신이었던 그의 부친이 황 대표의 진로에 영향을 미친 것은 미약했다고 한다. 황 대표는 “(부친께서) 변호사를 하라고 이래라 저래라 강요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그는 어느 듯 부친의 길을 따라 걷고 있다. 황 대표는 후배 변호사들과도 격이 없이 지낸다. 회식도 하지만 오히려 직원들이 불편해 하는 것 같아 피할 정도다. 황 대표는 “자주 마시진 못하지만 아직도 양주 반병은 거뜬하게 비울 정도의 주량을 자랑한다”고 웃었다. 충정에선 1년전부터 매달 한번씩 직원들과 와인파티를 열기도 한다. 황 대표는 “생일 파티를 겸한 자리인데 총 60여명의 변호사와 직원들이 모일 정도로 참석률이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으뜸= 충정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렉스문디(Lex Mundi)’에 가입돼 있다. 렉스문디는 전 세계에서 195개 로펌이 가입한 글로벌 로펌 네트워크로, 지난 89년 당시 하이네켄과 국내 맥주회사의 소송을 맡으면서 네덜란드 변호사들과 알게 돼 한국 멤버로 참가하게 됐다고 한다. 황 대표는 “렉스문디에서 연수도 하고 국제대회 등에도 참여하며 서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클)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인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차피 전문 법조인이 되려면 실무에서 2년 이상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고 로스쿨 나온 사람이 모두 판ㆍ검사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길을 막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황 대표는 “변호사 수가 많아진다고 변호사들이 굶어 죽는 게 아니다”며 “법률 수요가 있는 사람들한테 주는 법률 서비스도 점점 세분화되고 있어 지금처럼 정원을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과거 의과대 수를 줄인 후 지금 의사 수가 부족한 상황을 예로 들며 지금보다 로스쿨 정원을 두 배 이상 늘릴 것을 주장했다. 이를 통해 외국 로펌에 대한 개방도 대비하고 경쟁을 통한 질적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황 대표의 지론이다.
●법무법인 충정은…
기업자문 부문서 두각… 외국기업 신뢰도 높아 1993년 설립된 법무법인 충정은 현재 71명의 변호사를 포함해 공인회계사, 변리사, 관세사, 세무사 등 8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기업의 설립·등록, 인허가, 조직 운영 및 인수합병(M&A) 등 기업자문 부분에서 타 로펌을 압도한다는 평가다. 전체 클라이언트 중 외국계 비율이 60%에 달할 정도로 외국기업의 신뢰가 높다. M&A가 활성화된 1990년대 후반 이후 급격히 성장,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15%에 달하는 등 고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직후, 한국 M&A의 효시로 꼽히는 삼성중공업의 건설중장비 부분 매각을 무난히 성사시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충정이 작성한 계약서는 지금까지 한국 M&A계약의 샘플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자문 외에도 금융·증권, 국제거래, 송무·중재, 지적재산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영역에서 종합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안기름유출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충남 보령지역 어민들의 소송 대리를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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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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