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들어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무엇일까.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우량업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올들어 상승률 100위종목의 대부분이 삼성전자, 한전, 포철 등 제조업체와는 거리가 먼 이른바 IMF형 종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IMF형 종목이란 주가가 액면가 미만인 관리종목과 실적이 경기와는 상관없이 꾸준한 음식료 종목들.
상승률 100위 종목중 관리종목은 무려 42개였으며 음식료 업체도 16개나 됐다.
증권전문가들은 자본금이 적고 주가가 싼점을 이들종목의 가장큰 투자메리트로 꼽았다.
유통물량이 풍부하다보니 환금성에도 문제가 없고 단일재료만으로도 쉽게 흐름을 탈수 있는 것도 부가적인 상승요인이다.
◇10대 상승종목
2월12일 현재 지난해 12월28일 종가대비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간 동성철강으로 무려 596.7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불과 310원이었던 이회사의 주가는 연말이후 급등하더니 12일에는 주가가 3,480원에 올라섰다.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실시하겠다고 연말에 공시한 것이 오히려 약이됐다.
해태제과의 투자자들은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덕을 톡톡히 봤다. 관리종목인 이회사의 주가는 연말 1,500원에서 593.33% 올라 12일 1만원을 넘어섰다.
해태제품을 잊지않고 꾸준히 찾아주는 소비자 덕분에 실적이 꾸준한 점도 회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삼익악기는 환율상승에 따른 실적호전과 함께 미국의 악기업체가 기업인수를 추진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으면서 주가가 455.55%나 올랐다.
한솔CSN은 인터넷 관련주로 부각된 스타주. 올들어 307.80% 올랐다.
증권업계에서「하드웨어는 삼성전자, 소프트웨어는 한솔CSN」이라는 말까지 나돌정도.
홈쇼핑, 골프 부킹, 예식장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회사의 주가상승은 인터넷관련주의 거품논쟁까지 불러일으켰다.
또다른 인터넷관련주는 한국컴퓨터. Y2K 수혜주로도 꼽히는 한컴은 올들어 예금자 안면인식 현금인출기를 개발하는 등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계속 받았다. 주가는 208.04% 상승했다.
오리엔트는 고가주중에 드물게 급등세를 나타낸 경우. 자산재평가로 171억원의 차익을 본 이회사는 PCS유통사업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 우량한 재무구조를 높이 평가한 투자자들의 인기를 차지했다.
삼성출판사도 출판업종으로는 유일하게 100%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천 비업무용 부지의 매각을 추진하는 등 재무구조개선에 의욕을 보여 투자자의 호응을 얻었다.
◇하락률 상위 종목
퇴출은행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떨어진 업종은 동아금고다. 연말 1만원을 넘었던 이 회사의 주가는 올들어 2,3금융권에 밀어닥친 구조조정의 한파로 4,100원으로 내려앉았다. 무상증자를 실시할 정도로 재무구조는 수준급이어서 회복이 기대되지만 연말주가수준을 되찾기에는 시간이 걸릴것으로 보인다.
보해양조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경우. 지난해 대선이 실시되면서 이른바 DJ주로 각광받았던 이회사의 주식은 재료가 실현된 탓인지 올들어 56.65%나 하락했다.
통일중공업의 몰락도 눈에 띈다. 통일교 재단의 지원으로 회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남아있기는 하나 취약한 재무구조로 인해 주가는 올들어 40.82% 떨어졌다.
현대건설우선주는 지난해말 이후 꾸준히 하락하다 벡텔사로부터 32억달러를 유치한다는 소식으로 급반전한 경우. 하지만 아직 43.92%의 연초대비 하락률을 나타내고 있어 갈길이 멀다.
대우그룹계열사인 오리온 전기는 연초이후 39.24% 하락해 지수상승의 덕을 전혀 입지 못했다.
◇향후 관심주 10선
향후 주식시장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관리종목이 보여줬던 폭발적인 주가상승을 우량주들이 이어받을수 있을까하는 점.
이는 한국의 기업들이 예년의 수익성을 회복하고 IMF이전보다도 높은 경쟁력을 갖출때만 가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목을 삼성전자로 꼽는다. 반도체가격의 상승이 예상되는데다 짐이었던 삼성자동차를 정리한 것도 메리트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러지와 종종 비교되기도 하는데 이회사를 포함한 미국의 하이테크종목들이 지난 11일 다시 상승세를 되찾은 점도 기대를 갖게 하는 요인이다.
삼성그룹내 금융업의 쌍두마차인 삼성화재와 삼성증권도 상승이 기대된다. 삼성증권은 올 3월결산에서 사상최대의 이익을 올릴 전망이며 삼성화재는 액면분할이 이뤄질 경우 유동성 증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증권의 적정주가를 주당 5만원정도라고 평하고 있어 아직도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는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삼성화재는 일부 투신권도 주주의 자격으로 오는 5월주총에서 액면분할을 요구할 태세여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솔CSN도 장외종목인 골드뱅크와 더불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인터넷주가 자체에 대한 논쟁이 거세기는 하지만 잠시 주춤했던 미국 나스닥(NASDAQ) 지수가 오름세를 타면서 추가상승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포항제철은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여타 우량주에 비해 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지난해 우수한 실적을 보였던 이회사의 주가는 아시아 철강업체를 덤핑혐의로 싸잡아 공격하는 미국 철강업체의 반발이 무마될 경우 상반기 안에 상승대열에 합류할수 있다.
다만 자국철강업체에 동조하는 미국정부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과 타그룹간의 지분경쟁이 불붙은 데이콤은 앞으로의 재무구조개선과 함께 경영권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통신업체의 성장성을 감안할때 지난해 다소 부진했던 실적도 어느정도 용인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 지분경쟁에 휘말린 업체치고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지 않은 적이 드물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회복이 기대되는 증권업종내에서 외자를 유치한 쌍용증권과 서울증권도 관심을 끈다. 서울증권에 자본을 투자한 조지소로스는 앞으로 이회사를 외국인의 국내 투자창구로 육성할 가능성이 높아 실적이 크게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증권은 뉴욕월가식의 새로운 영업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기대돼 주가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은행업종내에서는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추가상승의 후보자들이다. 현재 미국 무디스가 한국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대열에 올린 회사는 이 두 은행을 포함해 SK,SK텔레콤,삼성전자,한전,포철,한국통신 등 8개사에 불과하다.
무디스의 국가신용격상과 함께 두 은행의 신용등급(외화표시 장기예금)도 다섯단계씩 올랐으나 아직도 투자 부적격 등급이다. 그러나 큰 폭의 신용상향조정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건드릴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용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