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1월 30일] 노후자산, 출구관리가 더 중요

올 봄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1963년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 따르면 이들의 세대당 평균 총자산은 5억4,000만원, 평균 부채액은 8,000만원, 따라서 평균 순자산은 4억8,000만원 정도였다. 50대 후반에 4억8,000만원 정도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럭저럭 노후를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순자산 4억8,000만원 가운데 거주용 주택의 평가액이 4억6,00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보유 금융자산은 2,000만원 정도인데 이 자금으로 노후 20~30년의 생활비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남은 방법은 집을 팔아서 살아야 하는데 베이비부머 세대가 일제히 집을 팔려고 내놓는다면 우리나라 집 값은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형편은 이런 데 언론에서는 '편안한 노후 생활을 하려면 10억원은 있어야 한다. 최소한 7억원은 필요하다'는 식의 내용을 보도한다. 또 서점에 가보면 '재산을 몇 배로 불리는 법' 'X억원 만들기' 등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재테크 서적들이 범람하고 있다. 서울에서 4년 동안 특파원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귀국한 한 일본 언론인은 우리 사회의 이런 상황을 비꼬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한국 사람들은 돈을 버는 방법, 즉 입구(入口)관리에는 참으로 열심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벌어놓은 돈이 모자랄 경우에는 어떻게 그 환경에 맞춰 살 것인가, 그리고 부자가 됐을 때는 그 돈을 어떻게 아름답게 쓸 것인가를 생각하는 출구(出口)관리에 대해서는 너무나 공부가 안 돼 있는 것 같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한편으로는 불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렸는지 모른다. 지금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볼 때 그의 말이 그다지 틀린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에 열심히 일을 했는데도 노후 생활비가 모자라는 사례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도 많이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노후 생활을 해나가는가. 우선 형편에 맞춰 살아갈 방도를 궁리한다. 체면을 버리고 허드렛일이라도 해서 한푼이라도 생활비를 벌겠다는 각오를 하는 것이다. 반면 벌어놓은 돈이 많은 사람들은 그 돈을 어떻게 아름답게 쓸 것인가, 어떻게 보람 있는 인생을 보낼 것인가를 주로 생각한다. 우리 사회도 이제 돈을 버는 입구관리 못지않게 주어진 경제상황에 맞춰 사는 출구관리에도 보다 많은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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