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EU 무역분쟁 격화 불가피

■ WTO 美수출보조금 규정위반 판결세계무역기구(WTO)는 14일 유럽연합(EU)과 마찰을 빚고 있는 미국의 영토외적 수입 법규(EIAㆍExtraterritorial Income Act)가 사실상의 무역보조금으로 WTO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함으로써 EU는 주요 미국 기업들에 무역 보복을 가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미국은 이번 WTO 판결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양측간 새로운 세제 시스템의 협상을 제안하고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어 양측간 무역분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EU, 40억달러 규모 피해보상 추진 현재 미국은 자국 내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여 외국 정부에 세금을 이미 납부한 수익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은 EIA를 운영하고 있다. 즉 해외 판매법인에 대해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주변국들은 이를 신종 무역보조금이라며 강력 반발해왔다. 현재 15개 EU 국가들은 EIA에 따른 미국의 무역보조금 지급으로 40억달러 규모의 피해를 봤다며 이에 대한 피해보상을 청구하거나 이것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에 해당하는 규모의 무역 보복을 감행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EU의 행보가 현실화될 경우 마이크로소프트(MS)ㆍ보잉ㆍ이스트만 코닥 등 미국의 대형 수출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 정부 관료들은 WTO의 결정에 실망감을 표시하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로버트 죌릭 대표는 "WTO 판결은 세제정책과 관련해 정당한 경쟁환경에 대한 의문을 제기시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의회와 긴밀히 상의해 다음 단계에서 미국의 이익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WTO 결정이 미국의 세제 시스템에 대해 불공정하게 적용됐다고 강변하고 있는 셈이다. ◆ 미ㆍEU간 분쟁 전방위 확산 전망 WTO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양측간 조정의 여지는 남아 있다. 양측은 이미 지난 2000년 9월 WTO을 중재로 한 타협을 마련하기로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의 무역마찰은 세제 시스템까지 얽혀 있는 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데다 양측은 또 다른 부분에서의 통상마찰을 빚고 있어 당장 해법을 모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EU는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측 쿼터 및 관세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유전자 조작식품(GMO)에 대한 EU의 제재조치와 관련, WTO에 제소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특정 무역분쟁 사안에 대해 대화를 통한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보복성의 WTO 제소를 남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이번 수출보조금 분쟁도 미국이 EU와의 바나나 분쟁에서 승리하자 EU가 보복성 차원에 들고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실정이다. 각 사안별 무역분쟁이 양측간 대규모의 무역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WTO은 이번 판결로 인해 그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체제가 각국간의 무역분쟁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으나 WTO은 무역분쟁에 대해 신속하면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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