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스SARS/각국 경제피해 갈수록 눈덩이] “세계 180조원 손실… 테러보다 더 충격”

2001년 9월 11일. 사상 유례없는 테러 이후 세계 경제는 동반 침체에 빠졌다. 세계 금융 중심지가 테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에 경악한 전세계 증시는 추락했고 소비 심리도 얼어붙었다. 수요가 급감하니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됐음은 물론이다. 2003년 4월.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남부 지방을 기점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스 공포가 전세계를 동반침체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아시아를 비롯한 각국의 관광산업은 사스 치명타를 맞았으며 그 피해가 제조업, 일반 서비스업 등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를 침체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스가 중세(中世) 페스트나 2년전 9.11 테러 당시보다 더 큰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쟁과 테러 위협 등으로 인해 경제가 이미 취약한 상태인데다 사스의 경우 9.11테러와 달리 `현재 진행형`의 악재이고 과거보다 현재 세계 경제가 무역이나 관광에 대해 의존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훨씬 높다는 게 이 같은 주장의 근거다. ◇페스트 등 전염병 경제 침체 원인으로 작용=14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는 경제에 당시로선 사상 유례없는 불황을 가져왔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13세기 후반까지 한창 `개화기`를 맞았던 세계 무역은 14세기 전 유럽의 걸친 페스트의 공포로 퇴행을 겪게 됐다. 사스의 공포가 당시 유럽 경제 부흥을 가져왔던 과학적인 탐구나 모험대신 종교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 이 때문에 당시 유럽 경제는 중국 등 아시아에 비해서도 뒤쳐지는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국가간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나라사이에 투자와 교역이 경제규모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요즘 전염병의 확산은 더욱 큰 피해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세계화 추세로 인해 병의 확산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다는 게 큰 문제다. 중국 광둥 지역에서 최초로 발생한 사스가 발병 한달 여 만에 33개국으로 퍼져 그 감염자수가 5,000여명을 넘어선 것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근대 이후 세계 경제 성장의 주요 원동력이 돼온 `세계화`자체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전염병의 공포가 사람들의 심리를 극도로 위축시켜 경제 전반의 밑거름이 되는 `투자`와 `소비`를 가로막는다는 점도 경제 피해규모를 늘리는 원인이다. 사스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중국과 홍콩을 비롯 많은 아시아국들의 경우 쇼핑몰과 극장 등 일반 소비부문은 물론 국내외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끊기면서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사스 세계 경제 피해 180조”= 최근 각 경제 관련 기관들은 사스로 인한 피해 분석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는 일본과 호주, 인도를 제외한 올해 아시아 국내총생산(GDP)이 사스로 인해 0.6%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액수로는 150억 달러(18조원)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는(WHO)는 전세계에 걸친 사스 피해가 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사스 예방을 위한 검역과 감염여부 측정, 보건 교육에 들어가는 직접적인 비용뿐 아니라 소매업체, 항공산업, 관광부문 등에 끼치는 피해는 천문학적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스가 지속적으로 번질 경우 공장이 문을 닫고 무역이 저조해지면서 아시아 경제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노동자들의 감염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치료비 등을 감안하면 그 피해규모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바이오엔터프라이즈 아시아의 최고경영자(CEO) 그린더 샤히는 사스가 끼치는 피해규모가 아시아에만 500억달러, 전세계로는 1,500억달러(180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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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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