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북핵에 발목잡힌 한국외교

북 도발 억제하려면 미국이<br>6자 재개 등선 중국이 열쇠<br>양국 사이서 운신폭 좁아져

동북아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우리 정부가 안고 있는 '북핵 딜레마'도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남북 간에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의 난제가 상존해 북핵 딜레마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중국에 치이고 북한에 손발 묶인 한국 외교=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 정부는 어느 때보다 대미 및 대중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북한 문제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우리 정부의 이런 상황을 활용해 외교적 실리를 얻는 정책을 계속 펼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올해 미국 측에 북한의 3차 핵실험 등으로 북한의 위협수위가 고조됐다고 판단해 미국 측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기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지만 미국은 뜸만 들인 채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미국은 협상이 진행 중인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과 한미원자력 협상 등에서 전작권 전환 문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내부에서 북한의 핵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ㆍ일본이 공동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 체제에 한국이 가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계속 나오는 것 또한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MD는 최소 수조원의 예산이 드는데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격추에 최적화돼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우리 측으로서는 도입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 밖에 8조3,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차기전투기 선정사업에서는 미국 정부가 판매하는 록히드마틴의 F-35A가 선정돼 미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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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은 대중 외교에서도 우리의 손발을 묶어두고 있다. 올해 한국이나 미국 측 고위당국자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방북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는 반면 북중 간에는 수차례 고위급 회동이 진행되는 등 북핵 문제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해 중국과 고위급 전략대화 체제를 구축하는 등 대중 외교에 힘을 쓰고 있지만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에서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등 외교적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중국은 지난 25일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과 관련해 우리 측에 "중국과 한국은 우호적인 이웃으로 소통과 대화를 강화해 지역안전과 평화를 공동으로 수호하기를 바란다"고 밝히며 우호적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이 실효 지배 중인 이어도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아 외교적 수사(修辭)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줄타기하는 정부=정부는 북핵 딜레마에 갇혀 미국이 지지하고 있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은 물론 이어도를 둘러싼 한중일 간 방공식별구역 문제에 대해 강한 입장표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어도의 국제법적 지위 문제에 대해 "이어도는 영토 문제가 아니며 이어도 주변 수역의 관할권 사용 문제로 배타적인 경제수역 문제"라고 밝히는 등 이어도가 영토분쟁 지역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어도 영토분쟁시 중국을 자극함은 물론 한미일 삼각축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전문가는 "소위 G2 간의 갈등이 본격화되며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지만 정부가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판단은 북핵 문제 해결에 좋지 않다"며 "주변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남북 간 교류 활성화 등을 통해 북핵 딜레마 해결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9월 개성공단 재가동 이후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대화의 문을 닫아두고 있어 남북관계 회복을 통한 활로를 찾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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