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주문물량 맞추려 사실상 24시간 가동…파업 여파등으로 연말까지 특근 불가피<br>프레스·도장 로봇들도 쉴새없이 움직여…모비스 공장서도 "부품 완벽공급" 구슬땀
| 현대차 아산공장에서는 몰려드는 주문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길게 늘어선 첨단 로봇들이 분주하게 차체를 용접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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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에도 주말 휴일 가운데 6일이나 특근을 했지만 연말까지 밀려 있는 물량을 맞추기에는 역부족입니다.”(이문희 현대차 아산공장장)
2일 오후 서해대교를 건너 송악IC로 빠져나와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현대차 아산공장. 주력 차종인 쏘나타와 그랜저를 연간 30만대씩 생산하는 이곳에서는 7월 한달간 계속된 파업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4,500여명의 임직원들이 주말 휴일도 반납한 채 차를 만들어내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곳 차체조립 공정에서 만난 한 책임자는 “57초에 1대꼴로 쉴 새 없이 차를 생산하지만 노조 파업 여파 등으로 주문량이 워낙 많이 밀려 있어 사실상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특근을 해도 생산물량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파업이 끝난 지 3개월여가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큰 ‘여진’을 남기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대변이라도 하듯 라인 곳곳에 붙어 있는 ‘차체공정 1분 정지시 5만6,181원입니다’라는 문구가 생산직원들의 손놀림을 더욱 바쁘게 했다.
하지만 널찍한 공장 내부는 예상외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55만평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에 자리잡고 있지만 프레스에서 차체ㆍ도장ㆍ조립 등으로 이어지는 공정의 대부분이 자동화돼 근로자들의 모습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라인 곳곳에 빼곡히 들어찬 각종 로봇과 기계장치들이 굉음을 내며 자동차의 모습을 하나하나 완성해가고 있었다.
실제로 프레스 공장은 가장 많은 330여대의 로봇이 투입돼 96%의 자동화율을 기록하고 있고 도장 공장에는 62대의 로봇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70%의 자동화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용접공정의 경우에는 100%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생산라인을 안내하던 한 여직원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차체 등을 만드는 로봇과 기계가 대부분 독일이나 일본 제품이라고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90% 이상이 현대중공업에서 제작한 국산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오후 차체공정을 찾았을 때 천장 모니터에는 ‘가동률 99.6%’라는 표시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한 직원은 “지난달에 100% 가동률을 두번 정도 달성했다”며 “이 정도면 사실상 완벽한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이곳에서 다시 차로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현대모비스 아산공장.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쏘나타와 그랜저에 장착되는 운전석 및 섀시모듈, 프론트엔드 모듈을 생산해 공급해주는 곳이다. 1만4,920평의 대지에 세워진 이 공장은 현대차 아산공장의 자동차 생산량과 같은 연 30만대의 모듈을 만들어낸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길게 늘어선 컨베이어 벨트를 사이에 두고 각종 로봇과 생산직원들이 부품을 모듈형태로 조립하느라 눈을 떼지 못했다. 각 라인에는 다른 부품이 들어가지 않도록 모니터를 통해 지시시항을 전달하고 있었다. 완벽한 부품품질을 갖춰야만 완성차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모듈은 대부분 직서열생산시스템(JIS)을 통해 곧바로 현대차 아산공장의 생산라인에 투입된다. 조석우 아산 모듈생산부장은 “이곳에서 현대차 아산공장까지의 거리는 12㎞, 운송시간은 24분이 소요된다”며 “완벽한 납품경로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폭설 등 재난에 대비한 비상시 도로까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두개의 공장이 자동차의 뼈대부터 완성차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하나의 생산라인으로 물 흐르듯 이어진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