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지금 「방구석」 문화가 횡행하고 있다. 거리에 나서보면 온통 「…방」 「…방」 「…방」이란 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노래방, 비디오방이 등장한 것은 벌써 수년전이다. 최근에는 「전화방」이 타락의 온상으로 등장했다. 「휴게방」 「수면방」 「24시 편의방」이란 곳도 있고 만화가게마저 「만화방」으로 이름을 바꾼 지 오래다.「스트레스 해소방」이란 곳도 있다. 접시 집어던지기, 소리지르기, 기관총쏘기 등 희한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PC의 발달로 「PC방」 「PC게임방」 「컴퓨터방」 「멀티방」 「인터넷방」도 등장했다. 「녹음방」도 있고 「산소방」이란 것도 있다.
이 방들은 하나같이 「폐쇄된 공간」을 의미한다. 자기 또는 소수만의 공간을 가리키고 간섭받지 않는 공간, 남들에게 노출되지 않는 공간이 되고 있다.
이들 「방」의 주요고객은 대부분 청소년층이나 젊은이들이라고 한다. 이 나라 젊은이들이 지금 그 작은 「방구석」 안에서 무슨 일인가를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같은 「방구석」 문화는 썩 권장할 만한 것이 못되는 것 같다.
우리민족은 오랜 농경생활의 유산으로 진취성이나 기동성에 있어서 서구민족에 뒤처지는 면이 있다.
광야를 달리는 드높은 기상은 부족한 반면 소위 「사랑방 정치」 따위가 발달해온 특이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사랑방 패거리들의 끼리끼리 정치나 세치 혀로 입방아나 찧는 악습이 극성을 부리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비좁은 「방구석」에서 뛰쳐나와 저 넓은 대륙으로, 저 광활한 해양으로 뻗어나가야 할 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같이 웬 「방」 「방」 「방」인가.
청소년들은 놀 곳이 없고 갈 곳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 말이 그럴 듯해보이지만 사실은 그리 옳은 이야기가 아니다.
왜 농구공을 던지고 축구공을 차며 산으로, 바다로, 들판으로 뛰쳐 나갈 생각을 못하는가. 이 나라 청소년에게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강인한 「기백」을 살리고 「기상」을 높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구석」이 아닌 들판에 나설 일이다.
연변에도, LA에도 「노래방」 천지다. 우리민족의 민족성이라면 이젠 민족성까지 바꿔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