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심리적인 저항선이었던 600선에서 치열한 매매공방을 펼치고 있다.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악재가 잇따라 출현하고 있지만 악재에 어느 정도 내성을 갖춘 모습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이라크전쟁 지연에 따른 `시간 공백`을 이용한 반등국면이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기관들이 최근 프로그램 매수세를 바탕으로 매수강도를 강화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570선에 이어 600선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기술적으로도 매물공백 지수대인 620~630선까지는 큰 거래가 없이도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의 반등국면이 좀 더 연장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종합주가지수는 18일 전일보다 1.58포인트 오른 603.45포인트로 마감됐다.
◇악재에 내성을 보이는 증시=최근 증시에 잇따라 악재가 나타나고 있지만 증시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그만큼 맷집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주 말 무디사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에 이어 17일 SK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착수, 18일 북한의 정전협정 파기 발언 등 악재가 잇따라 출현했지만 종합주가지수가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UN의 이라크에 대한 무기사찰 연장과 국제적인 반전 분위기 등으로 이라크전쟁의 지연 가능성이 대두되자 이를 호재로 받아들일 정도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북한이 18일 정전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대북 악재가 다시 불거져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전일보다 8.11포인트 떨어진 593포인트대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곧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김호진 미래에셋 주식운용팀장은 “증시가 악재에 대해 내성을 갖기 시작했다”며 “투자심리가 안정되고 있어 단기 반등국면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관의 매수세가 큰 힘=투자심리가 개선된 데는 기관의 역할이 크다. 기관은 최근 프로그램 매수세를 중심으로 매수기조를 이어가며 지수를 견인하고 있다. 또 곧 매수규모를 확대할 것이란 기대가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투자심리가 호전되고 있다.
당장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이번 주 중 아웃소싱 운용사 선정을 마치고 시장개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국민은행 역시 1조원의 주식투자자금을 운용할 운용사 선정해 자금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에는 증권유관기관이 조성한 자금도 증시에 유입될 예정이다.
기관의 이 같은 대기성 자금이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매수기회를 노리면서 증시는 예전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지수 반등국면에서 관망자세를 보임으로써 기관의 역할이 더 커졌다”며 “기관의 증시 자금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여 지수 반등도 좀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음 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관들이 보다 공격적인 주식운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반등한계점은 620~630선 될 듯=종합주가지수의 최근 3개월간 매물대를 분석해보면 이번 반등국면은 일단 620~630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종합주가지수 607~622포인트까지는 전체 거래량의 2%인 9억6,991만주 밖에 거래되지 않아 매물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증시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서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620~630선에서는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매물대가 쌓여있는 700선 안팎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증시 체력이 한층 더 보강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이라크전쟁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것이 호재로 작용해 반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전쟁 위험이 사라지지 않은 만큼 본격적인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이라크전쟁은 처음부터 미국의 전쟁이었기 때문에 해법도 미국이 제시할 수 밖에 없다”며 “미국의 입장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한 이라크 전쟁가능성은 증시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반등국면 연장에 대비해 최근에 강세를 보인 증권 등 대중주와 새롭게 관심을 끌기 시작한 반도체관련주 등을 중심으로한 매매가 필요해 보인다. 다만 지수한계점에서는 다시 현금비중을 높이는 투자전략도 병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