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워크아웃(workout)이 도입된 지 거의 5년이 된다. 이 제도는 외환위기로 대기업의 연쇄부도 및 금융기관 부실화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시기에 도입돼 그 동안 83개 기업에 적용됐다. 올 10월 현재 69%에 해당하는 57개사가 회생되었고 8개사는 워크아웃이 진행중이며 일부(18개사)는 아예 중도탈락했다.
부실기업 정리를 위한 회사정리절차, 화의 등 법적장치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을 적용한 것은 법적인 처리절차에 의존할 경우 처리 지연에 따른 시장실패 우려가 있어 위기 상황을 신속하게 극복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의 큰 틀에서 자체적인 구조조정 역량이 다소 취약한 중견대기업을 대상으로 98년6월부터 시작됐다.
5년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 뒤돌아보면 워크아웃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부실기업의 연명수단이 아니었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정상화 비율 및 소요기간 면에서 법적절차에 비해 효과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학계에서도 우리나라 워크아웃기업의 회생률에 대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런 긍정적 평가의 배경으로는 먼저 채권단과 기업간 자율협약에 근거한 자율성을 들 수 있겠다. 또 워크아웃 도입시 당국에서 제시한 기본원칙 즉, 손실최소화ㆍ손실분담ㆍ신속성 등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 아래서 채권단의 채무재조정 및 지원노력, 당해기업의 강도높은 자구이행, 구조조정촉진을 위한 법적ㆍ제도적 장치 등에 두루 힘입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채권단의 손실만 키운 채 워크아웃을 중단한 기업도 18개사에 이른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워크아웃기업 선정과정상의 문제, 경영부실, 사후관리소홀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워크아웃 추진을 중도에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경영진의 환경변화 대응미흡, 충분하지 못한 구조조정, 노조의 지나친 경영개입 등도 한 요인이었다. 이러한 일부 기업의 실패는 향후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있어 참고해야 할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워크아웃을 마무리하기 위해 아직 남은 과제도 있다.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8개 기업을 조기에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채권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정상화된 워크아웃 기업중에서 채권단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에 대해 유능한 주인을 신속히 찾아야 한다. 앞으로 감독당국은 남은 워크아웃기업의 마무리와 M&A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는지 눈여겨 볼 계획이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경기는 순환하기 마련이고 경기의 부침에 따라 부실기업도 발생한다는 것이 역사적인 경험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분명히 인식해야 할 사실이 있다면 `워크아웃은 부실기업의 회생을 전제로 하는 사후적인 치료프로그램이지 구제수단이 아니다` 라는 점이다.
기업은 예측할 수 없는 경기변동위험과 무한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금융회사 또한 산업이나 기업의 신용위험을 상시평가하고 여신심사를 더욱 강화해 부실발생에 사전대응해야 할 것이다.
지난 5년간의 워크아웃은 채권금융기관의 상당한 손실을 초래했지만 기업의 조기회생을 통한 채권회수율 제고에 기여했으며, 경제위기에서 연쇄부도사태를 방지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했던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또한 워크아웃을 통해 부실기업 구조조정 노하우(know-how)를 축적함으로써 상시적인 기업구조조정체제 정착에도 큰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이와 같은 경험과 성과는 앞으로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있어서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 분명하다.
<강상백(금융감독원 부원장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