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 나홀로 성장 침체 장기화

[2분기 성장률 5.5%…亞경쟁국에 크게 뒤져]<br>싱가포르 12.5%ㆍ홍콩 12.1%ㆍ타이완 7.7%와 대조<br>수출-내수 단절로 작년 4분기부터 상대적 둔화 지속<br>설비투자도 환란이후 제자리… 성장잠재력 약화 우려

한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1ㆍ4분기에 이어 2ㆍ4분기에도 아시아 주요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처지고 있어 주변국 가운데 나 홀로 둔화하는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는 선진국 경기회복의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반면 타이완 등 경쟁국들은 수출증가로 벌어들인 외화로 국내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어 향후 한국의 대외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5%를 나타낸 데 비해 싱가포르는 12.5%, 홍콩은 12.1%를 기록하는 호조를 보였다. 타이완 역시 7.7% 성장을 기록, 한국을 능가했으며 인도와 중국도 각각 7.4%와 9.6%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일본의 성장률도 4.2%에 달했다. 지난 1ㆍ4분기 중에도 한국의 성장률은 5.3%에 그친 데 비해 아시아 국가들은 ▦홍콩 7.0% ▦싱가포르 7.5% ▦타이완 6.7% ▦인도 8.2% ▦중국 9.8%씩 성장했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훨씬 뛰어난 일본도 5.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의 성장률이 아시아 주변국들에 비해 상대적 침체를 보인 것은 지난해 말부터 일어난 현상으로 지난해 4ㆍ4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9%에 그쳤으나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 대부분이 5~9%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당시 일본은 3.1% 성장했다. 인도ㆍ중국 등은 개발단계에 있는 만큼 우리보다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 그러나 일본ㆍ타이완 등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크거나 비슷한 나라에 비해서도 성장률이 저조한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경쟁에서 뒤진다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개도국의 높은 성장률과 우리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에 걸쳐 전반적으로 세계경제 성장률이 높았고 특히 일본이 10여년의 불황을 끝내고 괄목할 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우리가 위기의식을 가질 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경쟁국에 비해 성장률이 뒤처지는 가장 큰 원인은 다른 나라들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경기회복으로 수출이 늘면서 국내 소비와 투자가 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아랫목(수출)’의 온기가 ‘윗목(내수)’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올해 상반기 40%대에 육박하는 수출증가율은 역사 이래 최고 수준으로 중국보다도 앞서는 것이며 아시아를 통틀어서도 가장 높다”면서 “그러나 성장률은 일본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최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무는 이를 수출과 내수의 단절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들며 “우리 경제는 현재 과거에 나타났던 수출증가→투자증대→고용확대→소비회복의 선순환의 고리가 깨졌다”고 덧붙였다. IMF가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하향(5.5%→4.6%)하면서 내놓은 근거도 이와 같다.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수요가 증가한 홍콩ㆍ싱가포르ㆍ타이완과 달리 한국은 가계와 기업부채 때문에 (소비기반이)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경쟁국들의 성장률이 높다는 점뿐 아니라 이들이 높은 성장을 바탕으로 국내 설비투자를 늘려가고 있다는 점. 한국의 경우 5%대의 성장률이 절대적으로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설비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계속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오 상무는 “일본의 경우 최근 투자가 많이 늘고 있고 중국도 과열을 우려할 만큼 투자가 활발하다”며 “현재 성장세가 낮은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이 낮아져 이들과의 경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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