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금융위기 이후 '진화·행동경제학' 뜨고 '시카고 학파' 지고

[글로벌 포커스]<br>학문 주체성 심각한 위기… "근본부터 다시 시작" 목소리<br>'인간을 합리적 존재로 규정' 시카고 학파 지배력 상실<br>심리·생물학등 접목한 신경제학 이론 대안으로 떠올라


SetSectionName(); 금융위기 이후 '진화·행동경제학' 뜨고 '시카고 학파' 지고 [글로벌 포커스]학문 주체성 심각한 위기… "근본부터 다시 시작" 목소리'인간을 합리적 존재로 규정' 시카고 학파 지배력 상실심리·생물학등 접목한 신경제학 이론 대안으로 떠올라 권경희기자 sunshine@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경제학은 2008년 미국을 진원지로 하여 일어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심각한 주체성 위기에 빠진 것이 확실해졌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제학 대가들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세계경제의 총체적인 붕괴 앞에서 경제학은 학문의 뿌리부터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됐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제40회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그랬지만, 새해 첫 날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의 연례총회에 모인 학자들도 '경제학을 근본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입을 모았다. ◇수세에 몰린 시카고 학파=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 최신호에 따르면 그간 세계 경제학계를 지배해 온 시카고 학파의 경제학은 더 이상 옛날의 권위를 잃었다. 경제 주체인 인간을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율을 찾으려는' 합리적인 존재로 가정하고 모든 이론 모델을 세워 왔지만 금융위기를 계기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아님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증권사에서 억대의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측과 전망은 수많은 이론과 정교한 툴에도 불구하고 늘 틀린다는 것은 주식 초보자들도 알고 있다. 그 이유는 '사람'이다. "주가의 과도한 변동은 곧 평균선으로 수렴한다"고 애널리스트들이 조언해도 하락 국면에선 무조건 던져 버리고 급등 때는 벌떼처럼 달려드는 게 바로 경제 주체들의 행동양식이다. 또한 불과 몇 푼 싼 기름을 찾기 위해 먼 주유소까지 찾아 헤매며 비싼 기름값과 노고를 더 들이는 비합리적 행동을 하는 게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연초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총회에서 경제학자들은 "경제 참가자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전제가 오류였다. 경제 주체들의 현실적인 행동에 근거하는 새로운 경제이론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출했다. 심지어 "보이지 않는 손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일 수도 있다"며 '경제학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의 기본 전제를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경제학에 대한 갈증과 필요성을 주류 경제학자들이 선언한 셈이다. ◇관심끄는 행동ㆍ진화 경제학=지난달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경제학에 심리학과 생물학을 접목시킨 진화경제학,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경제 이론이 각광을 받았다. 모름지기 '합리적인 경제 동물'을 가정한 시카고 학파의 시대가 저물고 경제활동의 주체인 인간을 동물적 특성과 행동 속에서 들여다 봐야 한다는 각성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자 앤드루 로가 2004년 발표한 '적응적 시장 가설(adaptive-market hypothesis)'은 경제학에 생물학의 이론을 접목해 금융위기를 설명하는 진화경제학을 탄생시켰다. 이 가설은 금융시장을 다른 '종(헤지펀드, 투자은행)'들이 '천연자원(이윤)'을 차지하려고 경쟁하는 생태계로 인식하는 방법론이다. 이 종들은 서로를 의식하고 서로에게 적응해 가지만 갑작스런 돌연변이(위기)를 일으키기도 하면서 돌발적인 행동을 하면서 생태계의 구성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 이론은 진화의 과정에 돌연변이나 적자생존, 자연선택이 필수적이듯 시장을 인간의 이성에서 벗어나 자연상태에 노출된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시장의 비합리성과 비효율성을 천착하고자 한다. 고전경제학이 말하는 '효율'이나 '균형'이 아니라 다른 조건에 의한 다수의 균형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들은 시장 구성원을 따로 구분하고 상황에 따라 종별로 다른 전략을 세울 수 밖에 없다. 시장경제가 물리적으로 질서정연하지도 않고 오히려 생물학의 세계와 비슷한 것으로 인식하는 진화경제학은 당연히 세포 생물학이 새로운 통합 경제이론의 열쇠를 쥐게 된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외환시장 동향을 설명하는 데 응용되기도 했던 이 이론은 애덤 스미스에 다윈을 접목한다는 발상으로 최고 수준의 경제학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현실 정책에 적용되는 신경제학=행동 경제학도 최근 경제학의 주류로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영역중 하나이다. 심리학과 경제학을 접목시킨 이 영역은 조금 더 싼 주유소를 찾기 위해 교외까지 운전해 나가 더 많은 기름을 소비하는 식인 인간의 비이성적 선택의 원인을 파고 든다. 과학자들이 피험자의 두뇌활동 패턴을 도표로 나타내서 경제적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파악하는 것이 행동경제학의 과학적인 기초를 이룬다. 금융위기로 인해 탐욕이 인간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프리코노믹스', '넛지', '상식 밖의 경제학' 등의 서적을 통해 행동경제학의 저변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신경제학은 이미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최근 미 정부의 정책 입안 과정에서도 대안적 이론을 주장하는 경제학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래 전부터 시장의 비효율성을 주장해 온 조지프 스티글리츠나 행동 경제학의 대부로 주택시장 붕괴를 예견했던 로버트 쉴러 등이 대표적이다. 1986년 '시장은 실제로 그렇게 효율적이지 않다'는 주장으로 노벨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현재 세계 각국을 돌면서 금융 시스템의 구조조정 방법과 관련된 조언을 해주고 있다. 그가 크게 관여한 영국의 런던 시티는 한 때 미국의 월스트리트보다 더 자유분방하게 무규제의 자유를 누렸다. 하지만 잉글랜드 은행의 머빈 킹 총재는 '대마불사'로 불렸던 은행들을 분할하고자 하며 구제금융의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해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어데어 터너 금융감독청장 또한 영국의 금융산업이 너무 비대하다면서 파생상품 거래를 규제하고자 한다. 그는 금융계 출신으로 런던정경대에 '자본시장 역기능 연구소'를 차리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규제 책임자로 새로 임명한 캐스 선스타인도 대표적인 행동 경제학자다. 오바마 정부는 행동 이론을 바탕으로 경기부양책 같은 정책의 골격을 잡았으며 또 추상적인 모델보다 실질적인 데이터를 선호하는 성향을 고려하면 미국의 금융규제 정책에 행동 경제학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국부론’ 근대경제학의 시작… ‘케인스 혁명’ 거쳐 ‘시카고 학파’ 주류로 ■경제학은 어떻게 진화했나 근대경제학은 1776년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로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국부론에 나오는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학의 핵심 개념이다. 애덤 스미스 이후 경제학자들은 "모두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 간에 그렇게 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는 "사람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는 표현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그 외의 것은 모두 부가적인 설명에 불과하다. 애덤 스미스를 중심으로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한계효용, 한계생산,한계비용 등의 한계 개념을 통해 소비와 생산의 균형을 도출하고 수학으로 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수리경제학을 발전시켰다. "왜 유용한 물 한잔보다 쓸모 없는 다이아몬드가 더 비싼가"라는 질문에 대한 설명도 이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1929년 발생한 세계 대공황은 경제학에서 또 다른 위대한 혁신을 낳았다. 이른바 '케인스 혁명'이다. 영국의 존 메이나드 케인스는 투자는 저축이 아니라 기업가의 '동물적 본능'에 의해 결정되며, 물가와 임금은 신속히 조절되는 게 아니라 오르기는 쉽지만 아래로 떨어지기는 어려운 하방경직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고전학파 이론을 비판하며 시장을 믿고 있다가는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 죽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려면 거둬들인 세금보다 더 많이 지출함으로써 정부가 인위적으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는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이른바 '뉴딜 정책'에 반영되면서 30년 이상 경제학의 주류 이론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1970년대 이후 세계경기 침체 속에서 중동국가들이 석유가격을 담합해 인상하자 경기 침체기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지출을 줄이면 경기를 침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정부지출을 늘리면 물가가 오르게 되는 진퇴양난의 어려움에 빠졌다. 이때 밀턴 프리드먼을 중심으로 카를 브루너, 앨런 멜처, 슈워츠 등은 자유주의 경제학의 철학을 계승해 화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새이론을 내세웠다. 이들은 당시 스태그플레이션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발생했다고 보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가 가능한 시장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이론을 강조했다. 사람들은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활용해 합리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예상된 정부의 시장 개입은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것이 합리적 기대이론이다. 합리적 기대이론은 밀턴 프리드먼의 제자인 로버트 루커스 시카고대 교수에 의해 집대성돼 시카고학파를 이루게 된다. 시카고학파 이론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미국 경제정책의 근간이 됐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제'의 개막이었다. [세계는 지금… 글로벌 포커스] 기획·연재기사 전체보기 [이런일도… 부동산시장 뒤집어보기] 전체보기│ [실전재테크 지상상담 Q&A] 전체보기 [궁금하세요? 부동산·재개발 Q&A] 전체보기│ [알쏭달쏭 재개발투자 Q&A] 전체보기 [증시 대박? 곽중보의 기술적 분석] 전체보기│ [전문가의 조언, 생생 재테크] 전체보기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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