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저축銀 대출길마저 막혀 발동동…사채 끌어다 쓰기도

■ 中企 자금난 어떻길래…<br>정책자금 줄고 금리도 줄인상… 은행은 실적 내세워 문전박대<br>'급전 못구해 흑자도산' 현실로<br>'땜질 수혈'로는 문제해결 안돼… 납품단가연동제 확대 등 시급




중견 가전업체인 I사는 최근 가중되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수년전 신성장 확보 차원에서 건자재사업에 진출했지만 건설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납품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운영자금 확보에도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로 모기업들의 위기가 고스란히 협력업체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인력 감축 및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창사 이래 최대 고비를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일선 산업현장에서는 내수경기 위축으로 판로가 끊기고 치솟는 원자재 가격 탓에 생산단가를 맞추지 못해 존폐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비명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공단 주변에서는 올 상반기까지 버티기 힘든 한계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여기다 올해부터 정책자금 지원규모가 크게 줄어든데다 금리마저 줄줄이 인상되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돈줄을 말라붙게 만들고 있다. 은행권은 금융위기가 끝났다며 거래 중소기업에 대해 만기연장을 거부하는 등 대출을 축소하고 있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잇다. 경기도 시화공단의 한 업체 사장은 "주변에서 금융거래가 막혀 흑자도산을 내는 업체들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며 "자동차부품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공단 경기는 사실상 바닥을 기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울산에서 철강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T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몸살을 앓고 있다. 건설이나 자동차 등에 납품하는 열연철판 가격이 지난해 중반 이후 30% 이상 급등했지만 이를 납품대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납품대금의 5~10% 정도를 '백마진'으로 원청업체에 지급해오던 관행까지 이어져 인건비 나 운영비를 빼면 오히려 손해를 보고 공장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최대 경영애로사항으로는 원자재가격 상승이 꼽혔으며 내수 부진 및 업체간 과당경쟁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사태도 가뜩이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과 거래해온 중소기업은 수만여 곳으로 추산되고 있어 '돈줄이 마른' 기업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지역의 A섬유업체는 최근 거래 업체의 영업정지 처분으로 대출이 정지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업체 대표는 "은행 대출이 여의치 않아서 전부터 저축은행에서 사업 자금을 빌려서 사용했는데 최근에 이마저도 막히게 됐다"며 "당장 거래처 대금과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해 높은 이자를 주고 사채를 끌어다 쓰고 있다"고 호소했다. 은행권도 일부 우량중소기업에만 대출을 권유하고 있을 뿐 정작 급전이 필요한 기업에는 재무제표 등을 이유로 문전박대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으로 중소기업의 옥석 가리기에 적극 나서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한계기업에 대해선 과감히 돈 줄을 죄겠다는 것이 은행권의 입장이다. 한 대형 은행은 올해의 중소기업 대출 신규 목표금액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4조원선으로 줄여 부실기업에 대해 추가적인 대출을 자제할 방침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올해 대출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우량 기업만을 선별해 실시하겠다"며 보수적인 영업기조를 밝혔다. 은행권이 이처럼 선별적 대출방침을 표명하는 것은 최근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말 현재 국내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원화대출 기준)은 1.54%로 지난해 12월말 보다 0.22%포인트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중기 자금난 해소를 위해 정부의 보다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김세종 선임연구위원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땜질 처방식 수혈로는 고질적인 납품단가 문제나 중기 자금난을 해소할 수 없다"며 "현재 일부 업종에서만 적용되고 있는 납품단가연동제의 확대 적용 등 중소기업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상생대책을 정부가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