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최악상황 치닫는 기륭전자 사태

노조 美 최대납품업체 원정투쟁 나서자<br>사측, 국내 농성장 폐쇄·대화중단 선언

비정규직 문제로 3년 넘게 노사갈등을 겪어온 기륭전자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가 최대 납품처인 미국 시리우스사 원정투쟁에 나서자 사측이 노조 농성장을 철거하고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배영훈 기륭전자 대표는 15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가 해외 고객사에 전자메일을 보내 일감을 주지 말라고 협박하고 미국 현지 고객사 앞에까지 가서 불매운동과 농성을 벌이는 것은 명백한 업무방해 행위”라며 “그동안 노조에 제안한 모든 제의를 철회하고 노조원들을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기륭전자 사측은 이날 오전 금천구 가산동 본사 앞에 설치돼 있던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의 농성천막과 컨테이너를 용역과 직원을 동원해 강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를 막는 기륭전자 분회 근로자들과 충돌이 빚어져 일부 노조원이 실신,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기륭전자는 지난 2005년 8월 사측이 파견업체에 대한 계약을 해지하자 파견 하도급 업체 직원들이 불법파견을 이유로 사측에 직접고용과 정규직화를 요구하면서 파업이 발생, 3년 넘게 분규를 겪어왔다. 노사는 8월 5개월간 직업훈련교육을 실시하고 교육 종료 후 협력회사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데 잠정 합의했지만 노조가 합의 대가로 위로금 19억원을 요구하면서 결렬됐다. 노사는 최근까지도 교섭을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했다. 사측은 12일 가진 노조와의 교섭에서 협력사를 설립해 현재 농성 중인 노조원 10명을 채용하는 한편 3년치 임금 수준에 해당하는 3억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제시했으나 자회사 설립과 취업희망자 22명 전원 채용을 요구하는 노조가 수용을 거부하면서 결렬됐다. 이에 노조가 사측 압박 차원에서 14일 최대 거래처인 미국 시리우스사에 대한 원정투쟁계획을 밝히자 사측이 대화 중단과 농성장 철거라는 ‘강수’로 대응한 것. 배 대표는 “(파견업체 직원의) 고용에 대한 아무런 법적 책임도 없지만 더 이상 기륭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으로 이전한 생산라인 일부를 다시 가져와서 회사를 새로 설립하기로 하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노조가 거부했다”면서 “이제 이들의 시위는 진정한 고용보다는 사회혼란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성라디오 수신기와 내비게이션 등을 생산하는 기륭전자는 2004년 1,711억원의 매출과 220억원 흑자를 냈지만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지난해 매출이 447억원으로 급감했고 26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 매출의 90% 이상이 수출을 통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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