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저성장 국면에 엄습한 출구전략 충격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출구전략의 구체적인 일정표를 제시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올해 말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비록 전제가 있긴 하지만 내년 중반에는 돈 풀기 정책을 중단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막연히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할 수 있다는 지난달의 경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발언이다.

출구전략 소식이 전해진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을 쳤다. 선진국 증시가 차례로 무너진 데 이어 20일 아시아 금융시장에도 충격파가 밀려왔다. 원화가치는 한때 15원 급락(환율상승)하면서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단기적인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고수익을 좇아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인들의 자본유출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선진국 자금의 본국회귀 현상이 본격화하면 채권가치 하락으로 금융권 보유자산의 평가손실도 예상된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마련한 거시건전성 3종 세트와 기존의 컨틴전시플랜을 재점검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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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리스크는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12조달러를 풀었다. 양적완화 정책이 실제로 종료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분명한 것은 풀린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출구전략이 가시화하는 순간순간마다 금융시장이 극심하게 요동칠 것이라는 점이다. 자동현금출납기(ATM)나 다름없는 우리나라가 입을 충격파는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신용경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8분기 연속 1%도 채 되지 않는 저성장 국면에서 대외불안 요소까지 겹친다면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선진국의 출구전략 가동을 우리 스스로 막을 뾰족한 방책은 없지만 질서 있는 출구전략이 가동되도록 국제적 공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긴요한 과제다. 내부적으로는 유동성 효과에 가려진 금융ㆍ실물 부문의 잠재부실이 없는지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도 더 큰 파고가 밀려오기 전에 좀 더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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