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금융권 폭풍전야

최인철 기자 <금융부>

금융권이 폭풍전야에 휩싸여 있다. 이달 말부터 LG카드 매각을 위한 공식적인 일정에 들어가고 외환은행은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덩치가 5조원대로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으며 올해 국제금융시장ㆍ인수합병시장에서도 선두권에 해당한다. LG카드는 지난 2003년 카드위기를 불러온 후 한국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이었으나 이제는 국내외 금융기관 모두 인수하고자 하는 옥동자로 변신했다. 산업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LG카드 자체가 이제 국내 금융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협요인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내외에 알린 상징”이라면서 “신중하게 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환은행 역시 5조원대로 국내외 유수 금융기관들의 계산이 분주하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국내 시중은행들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국내 선두권으로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인데다 외환은행의 외환ㆍ환전 등 외국환 부문의 뛰어난 경쟁력도 장점요인 중 하나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두 금융기관에 대한 가격 내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홍콩상하이은행(HSBC)을 비롯한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절대로 무리한 가격에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국내은행들 가운데 5조원대를 자체적으로 모을 만한 곳은 한군데도 없어 결국 연합전선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내가 먹기도 힘들지만 잠재적 위협요인이 될 만한 다른 금융기관의 인수도 제어해야 하는 어려운 머리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합종연횡해서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국내외 금융기관이 한데 모인 연합군, 외국계 금융기관 단독인수 등 3파전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판 금융빅뱅이 현실로 점차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금융기관 인수대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론스타 등 매각을 맡은 쪽은 한푼이라도 더 비싸게, 인수를 희망하는 쪽은 단돈 1원이라고 더 싸게 사들이려는 신경전이 벌써 물밑에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헐값매각 논란에 시달리던 수년 전과는 엄청난 변화가 아닌가. 지금의 문제는 헐값매각 논란에 휩싸이다가 이들 매물을 살 주체를 잃어 주인을 찾아주지 못하는 우를 범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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