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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사립대 주변에 보유 중이던 다세대 주택을 원룸으로 수리해 지난해 초부터 월세를 놓고 있던 진모(70)씨는 앞으로 이 주택의 관리를 전문업체에 맡길 계획이다. 8명의 임차인들이 내는 월세 시점도 들쭉날쭉한데다 가끔 월세를 연체하는 세입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독촉하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이 요구하는 크고 작은 개보수 역시 힘에 부쳐 수수료를 내고 임대주택관리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서울에 사는 4가구 중 1가구가 월세를 살고 전국 아파트의 월세 비중이 사상 최고인 33.8%를 기록하는 등 본격적인 월세시대가 막을 올리면서 임대주택 시장에 새로운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 전세 위주였던 시장에는 필요 없었던 신사업이 각광 받는 한편 주거 형태에도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세 시장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으로 오직 집주인 입맛에만 맞춘 계약이 등장하는 것도 월세시대의 새로운 풍속도다.
◇임대관리 업체 찾는 집주인=월세시대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택임대관리업'의 인기다. 집주인을 대신해 월세 집의 관리를 대행해주는 사업이다. 일정 수수료를 받고 임대주택의 시설물 유지·보수와 임차료 징수를 대행해준다. 국토부가 최근 이 사업 도입을 위해'주택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 내년 초 시행될 예정이어서 내년부터는 업체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임대관리업이 성장한 일본 업체들은 이미 진출해 국내 기업들과 손잡고 합작회사를 설립 중이다. 일본의 레오팔레스21과 우리관리가 합작해 설립한 '우리레오PMC'는 10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다. KT도 자회사 KT에스테이트를 통해 일본의 다이와리빙과 손잡고 'KD리빙'이라는 업체를 만들었다. 이밖에 '한국부동산관리' '신영홈스' 등도 영업을 준비 중인 주택임대관리 업체다.
문종환 우리레오PMC 팀장은 "아직 본격적인 홍보를 하기 전인데도 임대사업자들의 문의가 적지 않다"며 "우리나라도 월세시대가 시작됐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함께 살며 월세 부담 줄이려는 세입자=아파트 등 주택 한 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 역시 월세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주거형태다. 셰어 하우스는 월세의 부담을 다소 줄이면서 비교적 넓은 주택에서 살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서울 회기동의 한 아파트에서 셰어 하우스 형태로 거주 중인 김모(26)씨는 "중형 아파트에서 같은 학교 학생 4명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40만원을 나눠 내면서 살고 있다"며 "혼자 원룸에 살 때보다 월세 부담이 적은데다 아파트라 살기도 훨씬 편하다"고 전했다.
전적으로 집주인 편의에 맞춰 계약되는 전세계약 역시 월세시대가 가져온 특이한 현상이다. 1년 안팎의 단기계약이나 크고 작은 주택 보수를 임차인이 하는 경우가 특히 눈에 띈다. 강남구 청담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정모(45)씨는 "지난달 전세 계약 갱신 때 집주인이 1년 계약을 요구하면서 대신 전셋값을 요즘 추세의 절반 정도만 올리겠다고 하더라"며 "임대차보호법 등으로 보호 받을 수 있다지만 그냥 1년만 살고 내년에는 집을 비울 생각"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선금을 걸어놓은 후 전세 집이 나오면 보지도 않고 계약을 하는 상황이라 웬만한 주택 보수 문제는 임차인이 몫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