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노 미 재무장관의 이번 주 아시아 방문 최대 목적이 중국의 위앤화 평가 절상 요구라는 점은 이미 예측됐던 바다. 값싼 중국제품과의 싸움에 버거운 미국 제조업체들은 심지어 돈을 모아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의 환율제도 시정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내겠다고까지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의 상ㆍ하원, 각 주의 행정 관료들 역시 중국의 환율제도 개선을 위해 힘을 행사하라며 부시 행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 와중에 무거운 짐을 떠안고 중국을 방문한 사람이 바로 미 재무장관이었다. 스노 장관이 과연 중국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까?
국내 일부 언론은 스노의 중국 방문 마지막날인 3일 중국의 고정 환율제 포기가 임박한 것으로 1면 머리기사를 썼지만 외신들의 반응은 냉정하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경우 미 재무장관이 중국에서 `헛발질`만 하다 왔다고 평가했다.
`중국 고정 환율제 포기`라는 기사의 속내를 살펴보면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장기적으로는 변동 환율제 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발언과 인민은행장이 복수 통화 바스켓 시스템 도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나온 시간 벌기용 발언이라는게 파이낸셜타임스(FT)등 세계 주요 언론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중국 지도부는 위앤화 환율제 개선의 방법, 특히 시기에 대해 눈에 띌만한 언급이 없었다.
중국 신화 통신은 오히려 원 총리가 스노 장관과의 회담에서 `위앤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미국과 중국 모두의 이익이다`, `현재의 환율제도가 중국의 상황에 적절하다`라고 말하는 등 종래의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전했다.
부시 행정부로서도 저평가된 위앤화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사실 이에 섣불리 손을 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환율 제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세계 최대 성장 동력으로 평가 받고 있는 중국이 휘청이게 될 경우 이에 따른 파급 효과를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값싼 `메이드 인 차이나`로 혜택을 보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은 물론 대북 관계에서의 중국의 역할 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요인들이다.
이는 스노 장관이 본국에 돌아가 `면피`할 수 있을 정도의 원론적인 답변에 자위하며 중국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혜경 기자(국제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