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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김정태 하나은행장

"유통·통신사 제휴, 인터넷뱅킹 강화"<br>독자사업 보다 다른 업종과 연계해야 시너지효과 커<br>우리·산업·기업銀민영화 속도맞춰 M&A참여 준비<br>직원 역량강화 지원·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나설것



[서경이 만난 사람] 김정태 하나은행장 "유통·통신사 제휴, 인터넷뱅킹 강화"독자사업 보다 다른 업종과 연계해야 시너지효과 커우리·산업·기업銀민영화 속도맞춰 M&A참여 준비직원 역량강화 지원·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나설것 정리=서정명 기자 vicsjm@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대담=정문재 금융부장 timothy@sed.co.kr “대형 유통업체나 통신회사와 제휴해 인터넷뱅킹 사업을 전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정태(56ㆍ사진) 하나은행장은 “정부의 금융산업 규제완화로 위기와 기회가 병존하는 경영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독자적으로 인터넷뱅킹 사업을 전개하기보다는 유통 및 통신회사와 제휴하는 것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행장은 앞으로 임직원들의 역량 강화 및 해외시장 진출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바로 인재”라며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며 회사 차원에서 이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사에서 김 행장을 만나 경영철학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정부가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을 허용하는 등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인터넷뱅킹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하나은행 단독으로 인터넷뱅킹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비용부담만 늘어날 뿐이죠. 다른 업종과 공동으로 인터넷뱅킹을 전개해야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유통 또는 통신 분야 기업들과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독자적으로 진행하기보다는 다른 업종 기업과 제휴할 경우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해외 인터넷뱅킹 성공사례를 연구하고 있으며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생각입니다. -우리ㆍ산업ㆍ기업은행 등의 민영화가 줄줄이 이어집니다. 이에 따라 은행간 인수합병(M&A)이 큰 관심거리입니다. 취임 후 성장을 위한 M&A 필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정부의 민영화 방안이 아직 구체화하지도 않았는데 특정 은행과의 M&A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들 은행에 대한 M&A 기회가 주어진다면 참여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정부의 민영화 방향과 속도에 따라 시나리오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펀딩 등을 활용하면 자금확보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흔히 하나은행의 최대 과제로 자산성장을 꼽습니다. 자산을 늘리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당장 자산을 크게 늘리고 수익을 확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금융회사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산시스템, 상품, 직원들의 사기, 최고경영자(CEO)의 자질 등 4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취임 후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스킨십 경영에 주력했습니다. 직원들에게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경쟁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의 지점 가운데 최고가 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특정 지역에서 다른 은행 지점과 경쟁해 베스트가 돼야 합니다. 지점장들을 만날 때마다 “꿈이 작다. 통을 키워라.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하나은행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하나금융지주의 현재 주가는 저평가됐다고 봅니다.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을 고려하면 주가가 5만7,000원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는데 아직은 답보 상태입니다. 언제쯤 공식 출범합니까. ▦지난해 7월 희망제작소와 협력해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디트 재단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처음으로 재단을 설립하다 보니 주무 관청과 협의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됐습니다. 법이나 및 제도상으로 풀어야 할 문제점들이 많았습니다. 이제 준비과정이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에 오는 9월 말에는 출범할 것입니다.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은 단지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할 것입니다. 특히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근로의욕은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은 이들에게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시중은행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해외시장에서 찾고 있습니다. 하나은행과 경쟁 은행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아시아ㆍ중동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한편 미국 지역은행을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아시아ㆍ중동의 경우 지점ㆍ현지법인을 설립하는 것에서 벗어나 합작형태로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캄보디아ㆍUAEㆍ러시아ㆍ영국 등 4개국에 진출해 총 12개국에 지점망을 개설하고 2010년까지는 필리핀ㆍ대만ㆍ독립국가연합(CIS) 등으로 영업망을 넓혀 진출 국가를 16개국으로 늘릴 생각입니다. 이들 국가의 금융산업은 높은 경제성장률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금융시장도 빠른 속도로 개방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회가 속속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하나은행에 대한 국세청의 법인세 추징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서울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은 정부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된 만큼 세법에서 규제하려는 부당한 조세회피 목적의 역합병은 아니었습니다. 현재 적절한 불복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금융업에서 경쟁력을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고객 니즈를 반영한 상품을 개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금융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직원들의 자질과 능력입니다.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데 실력이 없으면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입니다. 직원들이 끊임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신용카드 회원 모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카드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시장점유율ㆍ인프라 등 경쟁력이 갖춰졌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분사를 검토할 것입니다. 올해는 카드 부문 정보기술(IT) 개발, 고객관계관리(CRM)마케팅 등 카드영업 역량을 강화해 카드영업 기반을 다지려고 합니다. ◇약력 ▦1952년 부산 ▦경남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하나은행 가계고객사업본부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하나은행장 ■ 金행장의 'Fun 경영' "즐겁게 일할 여건 만드는게 CEO 임무" 직원과 스스럼없는 대화·사기진작 힘써 김정태 행장의 경영철학은 '머슴론'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직원들에게 '머슴같이 일하라'고 지시하는 게 아니라 최고경영자(CEO) 스스로 머슴이 되어 직원들을 상전처럼 섬겨야 한다는 뜻이다. '머슴론'은 '펀(Fun) 경영'으로 구체화된다. 직원들이 신나고 즐겁게 일하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한편 서로 어깨를 맞대고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고민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서울 을지로 본사 7층에 있는 행장실은 'JT룸'으로 표기돼 있다. 자신의 이름을 줄인 것이 아니라 'Joy Together'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김 행장은 "은행은 고객의 돈과 자산을 관리하는 곳으로 직원들의 능력과 자질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며 "직원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근무여건과 직장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CEO의 임무"라고 말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노사갈등으로 홍역을 겪기도 했지만 김 행장 취임 후 20여일 만인 올 4월16일 '노사화합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선포했다. 김 행장의 '펀 경영'이 올린 성과로 풀이된다. 김 행장은 지난 4월26일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린 '하나가족 한마음잔치' 도중 머슴복장으로 불쑥 나타나 직원과 가족 1만5,000여명을 깜짝 놀라게 했다. 김 행장은 '펀 경영'을 위해 마술사ㆍ웨이터 등 다양한 직업(?)으로의 변신을 마다하지 않는다. 김 행장은 최근 '하나은행의 치어리더'라는 별명을 얻었다. '펀 경영'을 통해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데 애쓴 결과다. 김 행장은 "은행의 자산규모를 키우고 수익을 늘리고 경영지표를 개선시키려면 직원들의 노력과 열정ㆍ참여가 필수적"이라며 "CEO는 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머슴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행장은 '펀 경영'을 내세우는 경영자답게 꾸밈이 없고 소탈하다. 어법도 직설적이며 이리저리 재다가 기회를 놓치는 것을 싫어한다. 부산 사나이 기질이 그대로 숨어 있다. 그가 오는 2013년까지 총자산 400조원의 자산 1위 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을 때 직원들은 의구심을 나타내기보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김 행장의 '펀 경영'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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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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