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위기의 월가] <2> 금융시스템 변화가 답이다

"기업이익 41%나 차지하면서 위기엔 무책임" 규제강화 목소리<br>금융산업 규제 완화로 美 경제서 비중 커지고<br>급여는 크게 늘면서 양극화 현상도 심화<br>일자리 등 해결 못할땐 시위 폭동으로 번질수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월가를 점령하라 (Occupy Wall Street)'의 진원지인 맨해튼 남단 주코티파크는 언뜻 마을의 축제 같은 분위기다. 수백명의 젊은이가 모여 토론하고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민의 기부로 피자ㆍ팝콘ㆍ음료수 등도 가득 쌓여 있다. 다만 '금융은 경제의 기생충'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없애라' 등의 팻말이 이곳이 시위의 중심지임을 보여줄 뿐이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급격히 확대된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부조리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이번 시위로 미국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시위대의 주장은 '월가 금융인과 기업이 금융위기와 갈수록 확대되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NYT는 미 전역으로 번져가는 시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지 못한다면 시위가 위험한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한 인터뷰에서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폭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 부진이 계속되면서 수많은 젊은이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사회보장 지출 삭감 등으로 가난한 이들의 고통이 가중될 경우 유럽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폭력적인 소요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한 유명 코미디언은 월가 금융가를 겨냥해 "단두대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고 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월가의 탐욕에 대한 경고는 이미 수 없이 제기돼왔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도 지난해 "월가는 주말에 복권을 판매하는 교회와 같다"며 투기를 부추기는 월가의 행태를 비판했다. 또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의 최고경영자가 파산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아내도 파산해야 한다"며 책임지지 않는 은행의 행태를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는 월가 금융기업의 로비와 이들의 이익에 봉사하는 워싱턴 정치권 때문에 큰 울림을 내지 못했다.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제조업은 쇠퇴한 반면 금융산업은 1980~1990년대의 규제완화를 틈타 미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확대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인용해 1973~1985년 사이에 미국 은행은 전체 기업이익의 평균 16%를 차지했지만 2000년대 중반에는 무려 이 비율이 41%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월가 금융인이 누리는 급여도 크게 늘어났다. 1948~1982년에 금융업종 급여는 전체 업종 평균의 99~108%였지만 2007년에는 181%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때문에 이번 기회를 이용해 월가에 대한 당국의 규제를 한층 강화하고 극심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시위대의 구호에 '월가 구제금융을 중단하라'거나 '자본주의를 폐지하라'라는 등 규제 당국을 겨냥한 주장이 높아지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WP는 월가의 성장은 생산적인 기업, 달러가치, 기업가정신 등의 희생에서 얻어진 것이라며 미국 경제를 보다 건강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금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이 추진해온 파생상품 규제안 같은 금융 규제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대선에서도 월가의 개혁 방향은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월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번 시위를 대선에 활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화당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티파티처럼 반(反)월가 시위가 '좌파의 티파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반면 공화당의 시위에 대해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 당장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레이스에서 1, 2위를 다투는 미트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는 이번 시위에 대해 질문을 받고 "계급전쟁으로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월가는 이번 위기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세계 금융자본의 중심지로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는 이제 새로운 금융상품이 아니라 보다 따뜻한 체온이 담긴 월가의 과감한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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