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반기문 이름 파는 여야


국회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고명(高名)을 팔아대며 대선 장사를 하고 있다.

장사가 흥행할수록 반 총장에게는 더 깊은 생채기가 남는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막무가내다.


반 총장은 오는 2016년 10월까지 앞으로 2년이나 임기가 남아 있다. 반 총장은 지난달 "몸을 정치 반(半), 외교 반(半)에 걸치는 것은 잘못됐다. 안 된다"며 한국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은 반 총장의 입장과 본심은 눈곱만치도 배려하지 않고 대선후보로 영입하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어디에서 출처도 불분명한 얘기를 듣고서는 "반 총장 쪽에서 와서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 대선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해왔다"고 언론에 흘렸다. 반 총장의 의중이 전혀 확인 안 된 증권가 '찌라시' 수준의 얘기를 듣고서는 마치 사실인 양 근사하게 포장하는 노련함을 보였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새누리당 친박계 사람들의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반 총장의 출마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생뚱맞은 토론회까지 열었다.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있었고 세미나는 박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3자 회동을 열고 있던 미묘한 시점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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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반 총장을 서로 자기 당에 끌어들여 대권 후보로 만들어보겠다는 얄팍한 꼼수와 비열한 술수(術數)가 숨어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이 같은 행태는 자기 당에 눈을 씻고 찾아봐도 대선후보 인물감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며 자기 당이 대선후보 인물을 배출할 수 있는 깜냥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얼마나 자당(自黨)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없었으면 강아지 오줌 마려운 듯 벌써부터 외부에서 인물을 수혈하려고 안달하고 있는 것인가.

국회의 '반 총장 모셔오기'는 국제사회에 한국 정치의 굴절되고 비뚤어진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주게 된다. 유엔의 수장으로서 앞으로 2년 동안 해결해야 할 글로벌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한국 국회가 반 총장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악(害惡)을 끼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대통령 자리에 욕심이 있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비쳐질 경우 세계 어느 나라가 반 총장이 추진하는 개혁과 문제해결 노력에 힘을 보태겠는가.

국회는 반 총장이 아무런 의혹과 의심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그를 놓아줘야 한다. 반 총장을 대선후보로 띄우고 자기 당에 영입시키려고 애걸복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일그러진 우리 국회의 치부(恥部)를 국민들에게 다시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 국회가 열과 성을 다해 찾아야 하는 것은 '반 총장'이 아니라 '경제'다. 반 총장을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는 노력을 민생경제 회복과 경제활성화에 쏟아부어야 한다. 반 총장이 우리 국회에 바라는 것은 '러브콜'이 아니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는 국회의원들의 '땀방울'이 아닐까.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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