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가 떨어질수록 선물시장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선물거래규모가 현물거래규모를 넘어서고 있다.선물거래규모 확대는 두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일부 투자자들이 현물주식시장의 대체시장으로 선물거래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선물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2조5,000억원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최근 하루 거래대금이 1조원에도 못미치는 주식시장 침체에 불구하고 선물시장 거래대금은 3조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주가 하락기에도 이익을 낼수 있으며 동시에 강력한 레버리지 효과가 있는 선물거래에 외국인과 일반 개인은 물론 투신권, 뮤추얼펀드 등 국내기관들도 투기적 거래에 가담하고 있다. 선물시장이 주식시장의 대체시장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선물거래규모 확대가 갖는 두번째 의미는 현·선물 연계거래, 즉 프로그램매매의 확산이다. 현재 기관투자가들이 차익거래를 위해 프로그램 매매 방식으로 사들인 주식잔액은 1,300억원대에 달한다.
설연휴를 전후로 프로그램 매물이 하루 300억~400억원씩 쏟아지자 종합주가지수는 맥없이 추락할 수 밖에 없었다. 선물거래 증거금률이 15%임을 감안하면 선물거래로 하루에 실제 오가는 돈은 2,500억~4,500억원이다. 이중 10%만 프로그램매매와 연계되더라도 현물 주식을 250억~450억원이나 자동으로 사고 팔게되어 있다는 결론이다. 주식시장이 사실상 선물시장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형국을 피할수 없는 셈이다.
◇대체시장=선물시장은 주식거래에 따르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지만 지금 우리 증시에서는 독자적인 시장으로서 주식시장과 대체관계에 있다. 헤지 거래를 하려는 기관들과 투기적 거래에 나선 개인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거래량을 크게 늘린 결과다.
종합주가지수가 1월 12일 장중 651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조정국면에 진입하면서 선물시장은 대체시장으로 급격히 부상하게 된다.
선물거래대금은 2조5,000억~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주식거래대금은 1월 7일 3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올들어 선물거래금액(약정대금)과 주식거래대금은 지난 1월 20일을 기점으로 역전된다.
20일이후부터는 주식거래량이 줄어들수록 선물거래량이 늘어난다. 주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선물투자를 이용, 보유주식을 헤지하려는 기관투자가와 하락기 선물투자 전략을 활용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투기적인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선물시장이 매력적인 것은 주가지수가 떨어져도 투자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투신, 뮤추얼펀드등은 연초 실명펀드를 도입하면서 고수익 상품을 앞다퉈 선보였다. 주식시장이 조정양상을 나타내자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이들 기관투자가는 선물 매도포지션을 취하므로써 수익률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개인투자가들 역시 선물시장으로 돌아와 초단기 선물거래를 함으로써 단기차익을 올리고 있다. 연초 선물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은 47%대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54%대까지 비중이 올라갔다.
◇선물의 영향력= 설연휴를 전후로 종합주가지수가 하루 10포인트이상 떨어진 날은 9일 22포인트, 18일 15포인트, 19일 14포인트, 22일 13포인트등이다.
이날 차익거래를 위해 쏟아진 프로그램 매물은 9일 305억원, 18일 444억원, 19일 323억원, 22일 117억원이다.
당시 주식거래대금은 1조원대를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었다. 1조원대의 거래대금중 3~4%에 불과한 300억~400억원의 프로그램 매물이 주가지수를 10포인트이상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 것이다.
지수가 10포인트 떨어지면 시가총액은 2조~3조원씩 떨어진다. 프로그램 매물 400억원으로 3조원의 시가총액을 까먹을 수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 매매는 지수비중이 큰 대형주를 일시에 사거나 파는 것이기 때문에 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특히 주식거래량이 적을 때 프로그램 매물이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력은 실제 프로그램 매매대금의 100배이상에 달한다.
전통적으로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주식거래량이 많으면 선물시장의 존재는 무시된다. 그러나 시황이 불안할 수록 거래량이 적을 수록 선물시장의 영향력은 커진다.
증권전문가들은 선물거래량, 프로그램 매매량등 중장기적인 변수로부터 추세의 변화를 읽어 낼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선물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선물매매주체의 큰 움직임을 따라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