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래서 찬성한다]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입제한 완화

공정·해운법 이중규제 불합리<br>남재현(고려대 교수·경제학)

원유, 제철원료, 액화가스, 발전용 석탄 등 대량화물 화주가 해운업 진출을 원할 경우 국내에서는 해운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해운법에 의해 별도의 심사를 하게 돼 있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철강업체, 한국전력 계열사, 그리고 여러 석유산업 업체들이 이러한 대량화물 화주에 해당한다. 철강ㆍ전력ㆍ석유산업은 해운업과 마찬가지로 국가기간산업이며 지난해 철강ㆍ석유산업 수출액은 각각 381억달러, 378억달러에 이른다. 해상운임은 변동성이 큰 특성을 지니고 있다. 대량화물 화주는 안정적 운송 확보시 운임변동에 따른 리스크 헤지 등 수송비 절감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출은 생산과정에 사용되는 서비스 분야에 진출하는 것으로 수직결합 또는 수직통합에 해당한다. 수직결합은 인접한 생산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효과를 내재화할 수 있어 여러 효율성 증진 효과가 있다. 대량화물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하면 전후방 연관산업 수직계열화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해외의 여러 철강 업체들도 해운업에 진출하고 있다.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입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두 가지 논리가 있다. 먼저 대량화물 화주가 해운 자회사를 만들어 자신의 물동량을 운송하면 다른 해운회사들은 판매선이 제한돼 경쟁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직결합은 일반적으로 공정거래법 심사대상이어서 수직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과 효율성에 대한 비교형량 심사를 받는다. 경쟁제한성이 존재하면 공정거래법으로 규제를 받는다. 따라서 대량화물 화주의 해운업 진출에 따른 경쟁제한성 우려가 해운업 진출을 별도로 규제하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 둘째, 해운업의 발전을 위해 대량화물 화주가 해운업 진출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량 화주와의 장기운송계약을 통해 국내 해운사는 대형화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해 외화획득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해운업 진입규제가 타당성을 가지려면 기존 해운사의 대형화에 따른 경제적 편익이 화주의 해운업 진출에 따른 비용절감이라는 경제적 편익보다 커야 한다. 해운사 대형화에 따른 편익이 3,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해 절감할 수 있는 운송비가 2라면 해운사의 대형화가 사회적으로 보다 큰 편익을 준다. 그런데 이러한 자원배분은 진입규제 없이도 시장거래의 내부화를 통해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 즉 대형화에 따른 편익을 알고 있는 해운회사가 그 편익 중 일부를 화주에게 낮은 운임 형태로 나눠준다면 화주가 굳이 해운업 진입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진입규제를 하려면 시장 실패에 대한 뚜렷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반대로 해운업 대형화에 따른 편익이 1,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해 절감할 수 있는 운송비가 2라면 화주의 해운업 진출이 사회적으로 좋다. 하지만 진입규제로 이러한 자원배분은 발생하지 않는다. 진입규제는 시장의 기능을 저해,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산업 전체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대량 화주의 해운업 진출에 따른 생산비 절감 효과와 해운업의 대형화에 따른 편익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다면 시장의 경쟁 기능을 따르는 것이 좋다. 결론적으로 대량화물 화주의 수직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은 공정거래법으로 심사하고 산업정책 측면은 시장의 경쟁 기능을 따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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