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속ㆍ증여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것은 `공짜로 받았거나 가격이 오른 경우 과세하겠다`는 뜻이다. 상속ㆍ증여세에 대한 포괄주의가 도입됨에 따라 전반적으로 과세기준이 올라가고 시가의 범위도 넓어진다. 상속ㆍ증여세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게 되는 지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미성년자가 증여받은 임야의 가격 상승=5살짜리 자녀에게 증여된 시가 1억원 짜리 임야 1,000평중 800여평이 3년 후 대지로 형질이 변경되면서 시가가 2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지금까지는 이런 경우에는 당초 임야 증여에 대한 증여세 850만원만 부담하면 끝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증여세가 6억원으로 70배 이상 오른다. 형질 변경 후의 토지가액 20억원에 증여시 과세가액 1억원을 뺀 금액에 3년간 평균지가 상승률 누계 10%를 곱해서 나온 1,000만원과 형질변경에 소요된 비용 2,000만원을 제하고 남은 18억7,000만원을 가치 증가분으로 보기 때문이다.
◇ 공유물의 가족간 분할=도로에 인접한 시가 100억원(면적 1,000평) 짜리 토지를 아버지와 아들이 똑같이 분할했다. 그런데 도로에 인접한 절반을 아들이 갖고 나머지를 아버지가 갖는 경우다. 분할전에는 부자의 소유 재산가치가 각기 50억원으로 동일했지만 분할 이후 아들의 재산가치는 75억원으로 늘어났다. 지금까지는 단순한 소유형태의 변경으로 봐서 세금을 물리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아들의 이익이 커진 만큼 과세된다. 증가한 이익 25억원에 대해 증여세로 8억3,000만원이 부과된다.
◇담보 제공 후 발생한 이익=아버지의 부동산을 담보로 10살짜리 아들이 자신의 명의로 1억원을 빌려 임야 1,000평을 취득했는데 온천수가 터져 나와 땅값이 50억원으로 올랐다. 현행시행령은 증여세 850만원만을 부담토록 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23억원으로 270배나 오른다. 가치 상승분에 대해 과세하기 때문이다.
◇비상장주식 상장에 따른 이익=아들이 아버지가 대주주인 비상장법인의 회사 돈 10억원을 차입해 주식을 샀는데 1년 뒤 상장과 함께 주식가치가 100억원으로 올랐다. 지금까지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았다. 단순한 자금차입일 뿐더러 시세차입에 대한 증여세 과세는 곤란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앞으로는 시세차익 90억원에 대한 증여세 40억원이 부과된다. 이에 따라 재벌의 비상장 주식을 통한 부의 세습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시가 적용 범위 대폭 확대=기준시가가 4억원인 아파트가 6억원에 매매됐다. 며칠 후 바로 아래층의 아파트를 증여하려고 할 때 지금까지는 기준시가로 평가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면적과 위치, 용도 등이 유사한 전례가 있을 경우 시가가 그대로 적용된다. 시가와 매매가액 차이가 큰 아파트에 대한 상속ㆍ증여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헐값에 친구에게 부동산을 팔 때=20억원 짜리 부동산을 친구에게 1억원을 받고 넘겼다. 현행 시행령으로는 특수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매매가와 시가 차액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는 경제적인 합리성이 없다고 판단해 4억8,000만원의 증여세가 부과된다. 20억원의 30%에 해당되는 6억원 만큼의 증감만이 정상거래의 범위로 인정된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