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정훈(35ㆍ가명)씨는 A이동통신사 VIP고객이다. 업무상 출장을 자주 가는 김씨는 최근 자신이 이용하지 않는 다른 이통사에 숙박과 자동차 관련 혜택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번호이동을 고려하고 있다. 포인트가 적립되지만 현금처럼 쓸 수 없는 불편도 번호이동을 생각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 B이통사 VIP고객인 대학생 박선주(24ㆍ가명)씨 역시 번호이동을 생각하고 있다. 가족 모두 다른 통신사를 이용하는데다 가족할인 혜택을 받아 통신비를 절감하고 다양한 멤버십 할인을 받기 위해서다. 특히 부모님이 장기고객으로 여러 가지 VIP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이 박씨의 마음을 흔들었다. 남자친구와 야구장을 자주 찾는 박씨로서는 야구장 할인도 무시할 수 없는 유혹이다.
상당수 휴대폰 사용자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할인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이통사에서 제공하는 멤버십 내용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특히 일반고객보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VIP고객인데도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소비자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이통사 VIP고객에 해당되는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꼼꼼히 챙긴다면 스마트한 이통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9일 서울경제신문이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VIP 혜택 특징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장기고객 특별우대, KT는 포인트 현금화, LG유플러스는 계절 테마별 혜택이 장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사들이 일반 멤버십 고객에게 주는 혜택은 무료 영화관람권과 음료권, 숙박ㆍ레저시설 할인 등으로 서로 엇비슷하지만 VIP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저마다 특색을 띠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타사와 차별화되는 다양한 멤버십 할인을 포함해 고객이탈 방지를 위해 장기고객 대상 각종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KT의 경우 모바일ㆍ집전화ㆍ인터넷ㆍIPTV 등 6대 상품이용 요금을 통합 계산해 주어지는 별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LG유플러스는 여름과 겨울에 자주 이용하는 레저시설 업체와의 제휴로 적립된 포인트를 다 쓰지 않고도 최대 40%까지 할인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한 달에 통신비로만 15만원이 나가는데 정작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몰라요. 커피전문점이나 영화관 할인만 가끔 받을 뿐 그 외에 놀이동산 같은 곳에는 가지 않기 때문에 포인트가 쌓여도 크게 쓰일 데가 없어요."
업무상 모바일과 데이터를 많이 쓰는 직장인 이재광(40ㆍ가명)씨는 모 이동통신사 VIP 고객이지만 자신이 VIP로 대접을 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통사 제휴가맹점을 꼼꼼히 챙겨 이용하면서 다양한 혜택을 받는 알뜰족들과 달리 상당수 고객들은 이씨의 경우처럼 VIP 멤버십카드를 지갑 속에 묵혀두기 십상이다.
이통사들은 자사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ㆍ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각종 할인혜택을 홍보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이들의 홍보전략을 소극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VIP로서 제대로 대접 받기 위해서는 지갑에서 VIP 멤버십카드를 꺼내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통신사를 정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VIP 고객이 되기 위한 조건의 경우 KT(올레클럽 슈퍼스타)와 LG유플러스(U+멤버십 VIP)가 비슷한 기준을 갖고 있다. KT는 자사 6대 상품(모바일ㆍ집전화ㆍ인터넷전화ㆍ인터넷ㆍIPTVㆍ와이브로) 이용요금을 통합해 연간 100만원 이상이면 VIP가 된다.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요금만으로 연간 90만원 이상 납부실적이 있어야 한다. 다만 1ㆍ4ㆍ7ㆍ10월 3개월마다 고객등급을 재산정하기 때문에 통상 1년마다 등급 조정이 이뤄지는 타사와 비교해 VIP 고객이 되기 쉽다.
SK텔레콤(T멤버십 VIP)은 다소 복잡하다. 전년 10월부터 다음해 9월까지 1년 동안의 사용요금에 따라 고객마다 '마이 스코어'를 부여하는데 연간 납부금액과 가입기간을 계수화한 수치를 곱해 정한다. 즉 납부금액 1만원당 1점이 부과되고 가입연수가 만 1년 이상이면 1.05(계수), 2년 이상이면 1.1로 연차마다 0.05의 계수가 붙어 이를 곱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가입기간이 5년이고 연간 75만원을 사용했다면 75점×1.25(가입계수)=93.8점을 얻어 다음해에 VIP가 된다.
사별 특징을 보면 SK텔레콤은 15년 이상 고객을 VIP 중에서도 VVIP로 분류해 특별 관리한다. 이들에게는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감사 바우처'를 증정하고 스피드메이트 차량 정비도 20% 할인해준다. 보이스피싱 보험 무료 제공, 대형 콘서트 무료 초대(20년 이상), 워커힐 부페 식사권(25년 이상) 등도 주어진다. 연간 멤버십 할인한도는 1만점으로 25년 이상 가입자는 25만점까지 쓸 수 있다. SK텔레콤의 장기고객 특별우대는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KT는 연간 10만개가 적립되는 별 포인트를 통신비나 단말기 구입과 같은 기기변경 등에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통신상품과 데이터도 별도 구매가 가능하다. 물론 VIP가 아니더라도 별 포인트는 지급되며 사용방식은 동일하다. 사실상 현금 개념의 별 포인트는 소비자가 각자의 필요에 의해 혜택을 조정해가며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생겼다. 또 매월 KT 상품 이용요금의 0.5%가 별 포인트로 적립되고 이는 6대 상품 모두에 적용된다.
LG유플러스는 계절별 레저시설 할인 프로모션이 눈길을 끈다. 여름 워터파크의 경우 올해 8월 말까지 캐리비안베이와 대명 워터파크, 설악 워터피아, 리솜 스파캐슬 등 전국 20여개 테마파크를 최대 40% 싸게 이용할 수 있다. 겨울에는 전국의 스키장이 대상이다. 또 연간 멤버십 이용한도 10만원을 아껴 쓸 수 있다. 할인 포인트를 다 쓰지 않고도 혜택을 온전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