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와 LG반도체간의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시한이 이틀앞으로 다가왔다. 29일 박태영산업자원부장관이 김영환현대전자 사장과 구본준LG반도체 사장을 불러 조속한 매듭을 독촉하고 나섰지만 이달말까지 계약체결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앞이 안보인다=가격협상은 해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고용보장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LG는 고용문제는 현대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현대는 고용보장은 약속하지만 기한은 정할 수 없다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LG반도체 종업원들의 반발기세도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 여의도에서 「LG반도체 사수 및 생존권 보장 결의대회」를 가진데 이어 29일에도 조업중단을 지속하고 있다.
◇명분없이 지연되고 있다=고용보장문제를 둘러싼 노사간 대립은 사실 반도체 통합의 취지와 전혀 동떨어진 것이다. LG반도체 직원들의 고용보장 요구에 대해 경제계는 심정적으로는 공감할 수 있지만 이를 정면으로 내세워 반도체 통합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이 문제로 인한 통합 지연 및 조업차질의 여파가 LG의 자체적인 생산, 수출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LG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는 전자업체들의 생산차질이 우려될 정도로 사태는 악화되고 있으며 이러다간 전체 수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양사가 계약을 지연시킬 수록 국민부담이 늘어난다는 것도 사태해결을 빨리 마무리지어야 하는 요인이다. 부채가 많은 양사가 통합협상을 지연시키면 시킬 수록 국민부담만 증가하기 때문이다.
◇계속 지연될 경우 어떻게 되나=양사가 합의한 계약체결 시한인 이달말을 넘기더라도 당장은 이렇다 할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같다. 고용문제가 겹쳐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계약 지연을 이유로 제재에 나설 명분도 마땅치 않고 설사 금융제재를 하고 싶더라도 채권단협의회를 열어야 하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정부가 나서 「대출중단」 등의 극약처방을 쓸 가능성이 높다.
금감위 관계자는 『주식양수도계약은 현대와 LG가 알아서 할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간여할 일이 아니지만 계약지연으로 국민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 아니겠느냐』고 밝혀 사태가 이른 시일내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제재조치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길은 없나=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는 것이 사태해결의 지름길이다. 특히 양 그룹의 회장이나 그룹 수뇌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정부의 협조도 필요하다.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양사의 입장을 중재할 수 있는 곳은 정부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쪽은 정부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나서 중재안을 마련하고 현대는 고용보장문제에 대해 융통성을, LG는 가격에 있어 조금 양보하면 사태해결은 의외로 쉽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달말까지 반도체 통합법인 설립을 위한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국민에 대한 약속과 계약지연에 따라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양 그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그동안 양 그룹간의 원만한 타결을 유도해왔던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양 그룹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진갑·김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