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격동의 근현대사 살아온 한국인의 몸

■ 현대인의 탄생 (전우용 지음, 이순 펴냄)


2011년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현대인들은 아프면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불과 60여년 전인 1945년부터 1953년까지 한국의 근현대사 기간은 격동의 시대였다. 해방 후 해외에 거주하던 한국인 가운데 230만 명이 돌아왔고 50만 명 이상의 북한 주민이 월남하는 등 대규모 인구 이동이 있었고 이어진 한국전쟁에서 한국인들은 극심한 고통과 상처, 질병의 시기를 맞았다. 세균과 바이러스가 가장 활개를 치게 된 원인이 됐던 시기다. 저자는 해방 이후 한국전쟁 때까지, 그 상처의 시대며 의료의 사각 시대에 한국인의 질병과 위생, 의료 양상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이 시기 대한민국은 인구이동이 급속하게 이뤄지면서 페스트와 콜레라, 두창, 디프테리아, 장티푸스 등 각종 전염병이 전국에서 창궐했다. 1948년에 태어난 44만 명의 신생아 가운데 40%인 18만 명이 채 돌을 넘기지 못했다. 청장년층의 결핵, 성매매 종사 여성의 증가로 확산된 성병, 해방과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난 마약 공급으로 인한 마약 중독 등은 한국사회를 멍들게 했다. 한국전쟁은 설상가상이 됐다. 폭격의 피해와 함께 동상, 영양실조, 전염병 등으로 한반도는 질병과 고통의 전시장이 됐다. 전쟁 직후 부산에 첫발을 디딘 미군 병사들은 한국의 불결한 행동과 생활태도에 당혹감을 느꼈다. 언제 씻었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누더기를 걸친 채 돌아다녔다. 저자는 이 시점을 전후해서 한국인들이 청결과 위생 담론을 내면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그런 점에서 해방 이후 한국전쟁기까지의 보건 의료사는 현대 한국인의 탄생사"라고 지적한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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