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민에 '고해성사' 직접 설득 나선다

박 대통령 26일 입장 표명<br>무상보육 등 복지공약 궤도수정<br>재정악화 설명하며 이해 구할듯


여당 “현실 인정” vs. 야당 “공약 먹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복지공약 출구전략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보장, 무상보육, 반값등록금과 고교 무상교육 등 복지 관련 대선 핵심공약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했다가는 안 그래도 취약한 나라 곳간이 거덜 날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국민과의 약속을 내세워 ‘원안 고수’ 입장을 유지했지만 최근 들어 세수부족이라는 현실론을 들어 ‘원안 수정’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는 기획재정부ㆍ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는 물론 청와대 내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는 그러나 민심이반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정성을 담아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궤도수정 불가피한 복지공약=오는 26일 발표 예정인 기초연금 최종안은 원안에서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매월 지급하겠다는 것이 대선공약이었지만 재원부족을 이유로 정부 최종안은 하위 70%에게만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경제적 형편을 고려해 최고 20만원 한도 내에서 차등 지급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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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는 “기초연금을 공약대로 실현하려면 대통령 임기 동안 60조원이 들어간다”면서 “기초연금이 대표공약이기는 하지만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4대 중증질환(암ㆍ심장ㆍ뇌혈관ㆍ희귀난치성질환) 공약도 현실에 맞게 수정되고 있다. 정부가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대거 부담하면서 환자 본인부담을 크게 낮추겠다는 것이 공약의 핵심이었지만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ㆍ간병비ㆍ상급병실료)는 급여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개선방안은 올해 말까지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을 통해 마련하고 간병비는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통해 해결할 계획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고교 무상교육 등 여타 복지공약을 놓고도 갈등을 빚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당초 공약 내용에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에서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축소로 복지재원을 마련하도록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 공감대하에 증세도 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 복지공약 궤도수정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원칙 고수’보다 시급한 재정현실=청와대가 복지공약 수정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은 공약이행에 필요한 재원마련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복지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재임 기간 동안 13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지만 재원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세수 부족만 어림잡아 8조원,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7월까지 세수 진도비(연간 목표 세수 대비 징수실적)는 58.5%(116조4,590억원)로 2010년(64.3%), 2011년(65.0%), 2012년(64.7%) 등 과거 기간과 비교해보면 6%포인트나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주 발표되는 내년 예산안도 4%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가정해 짜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글로벌 양적완화 축소로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복지공약 수정을 놓고 정치권은 또 다른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민 세수부담과 취약한 국가재정을 감안했을 때 복지공약 후퇴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내세우며 후폭풍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기초연금 공약 후퇴가 ‘공약먹튀’라고 규정하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속죄양을 자처해 물타기를 하려고 하고 있지만 장관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 박 대통령이 책임질 문제”라며 “공약 번복이 불가피하다면 대통령이 사과하고 설득해야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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