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세상] 인터뷰 형식으로 본 조선 왕의 고뇌

■ 그 남자 조선왕(박경남 지음, 판테온하우스 펴냄)


사회자: 선조의 정치 방식은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하기보다 신하들의 주장을 선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신하의 뜻을 존중하는 것과 자신의 정책 부재 중 어느 쪽에 해당되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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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상략) 붕당이란 것은 사림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사림이 추구하는 것이 신하가 중심이 된 왕도정치라고 한다면 왕이란 존재는 뭐란 말인가? 왕권이란 것이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면 왕 스스로도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치 않겠나? 그러자면 붕당을 적절히 활용해야만 했네. 때론 그들의 분열을 조장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그 때 그 때 사안마다 동인과 서인을 적절히 배치했어. 어느 세력도 일방적으로 강하게 되는 건 원치 않았지.

책은 인터뷰라는 형식을 빌려 조선 왕 10명의 행적을 둘러싼 의문과 논란을 파헤친다. 한 번쯤 품었을 법한 '왜'라는 질문들을 통해 한 나라의 왕이자, 한 인간으로서 조선 왕들이 느껴야 했던 고뇌와 갈등, 번민, 소회 등을 담아낸다. 성군이 돼야 한다는 압박감과 자리를 위협하는 견제 속에서 왕의 고뇌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었다. 하지만 역사는 왕의 인간적 고뇌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결과와 책임으로만 규정지을 뿐이다. 이에 저자는 무소불위 권력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가져야 했던 번민에 방점을 찍고 당시 정황에 대해 조선 왕 10명과 가상의 대화를 이어나간다. 픽션(상상에 의한 창작)이 버무려져 있기는 하나 저자는 가능한 많은 자료를 참조해 조선 왕들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1만 5,000원.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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