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대법원에 따르면 이씨와 남편 지모씨는 지난 2012년 11월 부부싸움을 하다 서로 때리고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씨의 죄질을 더 무겁게 보고 지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이씨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문제는 이씨 부부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불거졌다.
1심 재판에서 이씨는 국선변호사를, 남편인 지씨는 사선변호사를 통해 본인의 억울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국선변호사 한 명을 선정해 조력을 받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선변호사인 A씨는 재판진행 과정에서 이씨와 지씨를 모두 변호했다.
2심 재판부는 이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지씨의 형량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이에 이씨는 "법원이 동일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방어권을 침해 받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지씨와 이씨는 이해가 상반되는 관계로 한 쪽 피고인에 대한 유리한 변론은 다른 피고인에 대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원심이 이들에게 같은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변론을 마친 심리과정은 소송절차에 관한 형사소송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이씨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와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2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률가인 판사와 변호인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피고인이 여러 명인 경우 재판부가 실수로 같은 변호사를 선정해주는 일이 간혹 있지만 대부분 재판 진행과정에서 재판부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서로 다른 변호인을 선정해주기 때문이다.
국선변호인 역시 본인이 이해관계가 다른 피고를 변론하게 됐을 경우 재판부에 얘기해 선정작업을 다시 해달라고 요청해 피고 여러 명을 대리해 변론하는 일은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재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 재판 진행과정에서 바로잡힌다"며 "재판부와 변호인 모두 관련 규정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