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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 천하

200m도 여유있게 우승 첫 2회 연속 2관왕 등극<br>"다른 별에서 온 존재 같아" 경쟁 선수들도 혀 내둘러

우사인 볼트(26∙자메이카)는 결선에서도 여유를 부렸다. 출발 후 4초 만에 선두로 치고 올라서더니 결승선을 일곱 발짝 앞두고는 속도를 늦췄다. 레이스 도중 트랙 왼쪽의 사진기자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돌려 포즈를 취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기록은 19초32. 자신의 세계기록 19초19와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찍은 19초30보다는 늦었지만 금메달은 문제없었다. '번개' 볼트가 올림픽 2회 연속 2관왕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10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선에 나선 볼트는 라이벌이자 팀 동료인 요한 블레이크(19초44)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깨물었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100∙200m와 400m 계주 금메달을 휩쓴 뒤 이번 대회 100m에서 올림픽신기록(9초63)으로 우승한 데 이어 200m까지 제패한 것이다. 올림픽 남자 200m 2연패는 볼트가 최초다. 볼트는 2008베이징올림픽과 2009베를린올림픽∙2011대구세계선수권에 이어 런던올림픽까지 메이저대회에서 4회 연속 200m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경기 후 볼트는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감히 역대 최고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고 4위에 오른 월리스 스피어먼(미국)은 "볼트는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라며 혀를 내둘렀다.

◇세계신기록, 일부러 안 세웠나=볼트는 금메달 확정 뒤 트랙에 엎드려 팔굽혀펴기 세리머니를 했다. 힘이 남아돈다는 뜻. "곡선 주로를 빠져나올 때 허리에 통증이 왔다"고는 했지만 마지막까지 속도를 늦추지만 않았다면 19초19인 세계기록에 더 근접하거나 깼을지도 모른다. 볼트는 막판 10m 이상을 천천히 뛰었다. "9초4대까지 가능하다"고 했던 볼트는 진정한 '쇼타임'을 다음으로 미룬 것이다. 1인자라는 타이틀만으로도 누릴 것이 많은 볼트는 일찍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이유가 없다.


이날 볼트는 세계신기록이 아닌 블레이크와의 경쟁에 초점을 맞췄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구세계선수권 100m에서 우승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블레이크는 자메이카 대표선발전 100∙200m에서 잇따라 볼트를 꺾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볼트는 그런 블레이크가 사실은 적수가 안 된다는 사실을 가장 큰 무대에서 증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날 7번 레인에서 뛴 볼트는 초반부터 4번 레인의 블레이크를 힐끗힐끗 살피며 뛰었고 뒤집힐 가능성이 없어지자 다리에 힘을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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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제 나는 전설이 됐다"는 볼트의 발언에 대해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아직은 아니다. 선수생활이 끝난 뒤에 평가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블레이크 돌풍을 잠재운 볼트로서는 세계신기록으로 로게를 멋쩍게 만드는 또 다른 목표가 생긴 셈이다.

◇2회 연속 3관왕도 예약=자메이카는 이날 1,600m 계주 예선에서 탈락했다. 볼트의 당초 계획이었던 4관왕이 좌절된 것. 하지만 올림픽 2회 연속 3관왕 기회는 남아 있다. 자메이카는 100m 역대 5위 기록(9초74) 보유자 아사파 파월이 허벅지 부상으로 400m 계주를 뛰지 못하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볼트와 블레이크, 워런 와이어(19초84)가 200m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하며 우려를 떨쳐냈기 때문이다. 400m 계주 결선은 12일 오전5시 시작이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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