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이름만 거창한 국민검사청구제


금융감독원에는 국민검사청구제도란 게 있다. 최수현 원장 취임 이후 첫 작품으로 지난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취지는 이렇다. 국민이 금융회사의 위법 또는 부당한 업무 처리로 이익을 침해당했거나 침해당할 우려가 큰 사항에 대해 200명 이상이 검사를 청구하면 금감원이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국민이 금감원을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5월 도입 당시 기자도 금감원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국민이 금감원을 움직일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으니 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부끄럽다. 금감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에 불과한 것 아닌가. 200건 이상의 민원이 들어왔는데 그냥 지켜만 보는 것은 업무 태만이다.


이달 8일 동양증권을 통해 동양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한 600명의 투자자들이 금감원에 국민검사를 청구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튿날 최 원장은 동양 사태 관련 국무총리 보고에서 국민검사청구를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어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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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검사가 실시되면 뭐가 달라질까. 고작해야 인력 몇 명 더 투입되는 것 말고는 없다. 그나마 추가로 투입되는 검사인력이 다른 부서라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금감원은 동양 사태가 터지고 나서 동양증권에 대한 무기한 특별검사를 진행 중이다. 특별검사에 국민검사 명목의 인력 몇 명이 보강된다고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국민검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9일 2,000명에 달하는 동양 회사채와 CP 투자자들이 금감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서 "금감원은 뭐했나. 금감원의 검사도 못 믿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금감원이 국민검사청구를 수용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고위 공직자의 비리 등을 수사할 때 도입되는 특별검사제처럼 외부 전문가가 투입돼 검사의 객관성과 실효성이 높아지겠구나 했을 것이다. 국민검사청구제도에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이 포함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감원은 국민검사청구제도를 개선하든가 아니면 아예 없애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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