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임대보다 집값안정이 우선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의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지만 ‘집’에 대한 생각만큼은 그다지 큰 변화가 없는 듯하다. 서민들에게 예나 지금이나 가장 큰 꿈은 여전히 ‘내 집 마련’이다. 주택에 대한 소유개념이 상대적으로 덜한 젊은 층에게조차 ‘내 집’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재산 목록이다. 그럼 가구소득 4,000만원인 샐러리맨이 서울시내에서 30평형대 아파트를 사려면 산술적으로 몇 년이 걸릴까. 한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의 통계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30평형대 아파트 1채당 평균 가격이 4억1,259만원이라니 한푼도 쓰지 않고 꼬박 모은다 치더라도 10년은 걸리는 셈이다. 서민들을 더욱 암담하게 만드는 것은 최근 1년간의 집값 변화다. 지난 1년간 아파트 1채당 평균 가격 상승폭이 5,600만원에 육박한다. 웬만한 월급 생활자가 같은 기간 동안 모아서 이를 따라잡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승폭이다. 그리고 이 같은 상승은 정부가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고 호언장담한 지난해 8ㆍ31대책 이후 1년간의 변화다. 8ㆍ31대책 1주년을 맞아 정부는 최근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전세형 임대주택을 크게 늘려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는 게 활성화 방안의 핵심 내용이다. 임대주택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면 수급 불안 요소가 사라져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논리다. ‘임대주택 100만가구 건설’이라는 거창한 공급계획도 이 같은 인식에서 출발한 정책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 대해 국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집값이 계속 뛰고 있는데 임대주택을 늘린다고 서민들의 주거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면 당장 주거 안정은 되겠죠. 하지만 그동안 집 가진 사람들은 앉아서 연봉보다 많은 돈을 번다는데 누가 무리해서라도 집을 마련하지 않겠습니까.” 집값 상승은 결코 집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방뿐 아니라 서울ㆍ수도권 일대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것만 봐도 집의 절대량이 부족한 것은 분명 아닌 듯하다. 정부의 강력한 대책에도 집값은 이를 비웃듯 매년 웬만한 샐러리맨의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 강력한 규제와 공급 확대가 이론적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집에 대한 소유욕을 잠재우지 못한 것은 이론을 시장에 적용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집값이 잡히고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만 있으면 수요자들은 자연스럽게 임대아파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까. “조금만 더 지켜보면 확실히 집값이 잡힐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언제 주장이 아닌 현실로 바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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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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