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 사흘째인 31일 오전 남측 수석대표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비공개리에 청와대를 방문, 노무현 대통령과 면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장관급회담 수석대표가 회담 도중 대통령을 면담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특히 이 장관이 먼저 면담을 요청해 회담에 중요한 전기가 마련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10시30분 사이 10여분간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면담했으며 청와대 안보실 핵심 당국자들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일정은 전날인 30일 오후 늦게 잡혔고 이 장관이 먼저 청와대 측에 면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측이 오전부터 갖기를 원했던 수석대표 접촉이 오후로 미뤄졌으며 참관지 방문도 자연스럽게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면담과 관련, 회담장 주변에서는 북측이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 수석대표 접촉에서 남측의 쌀 차관 제공 유보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 점에 비춰 이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지침을 받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으론 북측이 이 장관 선에서 결정할 수 없는 새로운 의제를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또는 최근 공전하고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권호웅 단장이 가져온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이틀 간의 회담 진행상황에 대해 보고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안다”며 “대면보고를 한 것은 회담장이 청와대와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담 상황에 대한 보고는 주로 서면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남북 양측은 이날 오후부터 수석대표 및 대표 접촉을 갖고 밤샘 협상을 벌였으나 절충안을 찾지 못하고 진통을 겪었다. 남북은 공동보도문 도출을 위해 여러 차례 수석대표 및 실무접촉을 가졌으나 양측이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경빈 통일부 정책홍보 본부장은 “오후 2시 반부터 1시간 동안 수석대표 접촉이 있었는데 북측은 쌀 차관 합의 이행 문제를 제기했다”며 “우리는 쌀 차관은 신의로서 제공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합의 이행에 있어 여러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