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시아 최악의 투자국(사설)

바깥의 눈이 더 무섭고 정확할 수 있다. 홍콩의 시사주간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가 아시아 10개국의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올해 한국은 최악의 투자대상국이고 사회불안면에서 1위, 정치불안면에서 2위국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 그 한 예이다.이 조사에 따르면 최악의 투자대상국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8.8%가 한국을 지목했고 이어 일본 18%, 인도네시아 9% 등의 순이었다는 것이다. 특기할 일은 한국경영자의 54.5%가 한국을 최악의 투자대상국으로 꼽았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사회불안면에서도 응답자의 35.3%로 1위를 차지했고 정치불안면에서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지금의 한국상황에 비추어 충분히 수긍이 가는 조사결과라고 할 수 있다. 조사대상자들이 경영자들이라는 점에서 신빙성도 커 보인다.이를 반증이라도하듯 11일 통산부가 발표한 2백대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보다 2.1%나 줄어들어 국내투자부터 크게 위축되고 있다. 한국경제는 지금 가라앉고 있다. 한보사태로 좌초한 한국경제는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허우적대고 있다. 연초부터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노동법파업사태는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잠복해 있다. 그로기 상태의 경제에 치명타를 안긴 한보사태는 어떤 모습으로 수습될지 가닥조차 보이지 않는다. 경제주체들이 경제회복에 발벗고 뛰어도 될까말까한 판에 저마다 넋을 놓고 있다. 경제회복의 선봉이 돼야할 기업은 부도를 걱정해야하고, 관리와 정치인들은 한보의 불벼락을 피할 궁리에만 골몰하고 있다. 서민들은 한보비리 관련자들의 파렴치와 억대 「떡값」에 망연자실한 채 일할 맛을 잃고 있다. 그사이 안으로는 무역적자만 갈수록 늘고 외채는 자꾸만 쌓여간다. 밖으로는 대만산 핵폐기물의 북한반입 문제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 지표상으로는 아직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자위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뭔가 잘 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의 실상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바깥의 냉엄한 시각이 그것을 말해준다. 한보사태와 노동법문제를 하루빨리 수습해 사회적,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는 일이 경제를 살리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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