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오른쪽) 한나라당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시선을 달리한 채 각각 생각에 잠겨 있다.
/이종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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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가 1일 당 회의에서 ‘폭탄발언’을 해 참석한 당직자와 취재기자들을 놀라게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강 원내대표는 이날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를 시작하면서 “중요한 것 몇 가지를 보고하겠다”고 말문을 연 뒤 “이회창 전 총재가 당에 봉사한다는 의미로 한나라당 중앙위 의장을 맡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순간 회의장은 술렁거렸고, 내부방송을 통해 회의를 지켜보던 일부 기자들은 화급히 ‘긴급기사’를 보내기 위해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회의 정식 멤버인 전여옥 대변인과 집창촌 참사 보고를 위해 회의에 참석한 나경원 의원 등도 정신없이 강 원내대표의 말을 받아 적었다.
강 원내대표는 조금도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이를 이어 “또 4월 임시국회가 끝나고 나면 정세균 원내대표와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가 한나라당에 반해서 입당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쯤 얘기가 나오자 그제야 회의장 내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만우절 농담’이라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강 원내대표는 “큰 뉴스 아닌가. 아, 오늘 만우절이구나”라고 ‘거짓말’임을 실토해 다시금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만우절 농담으로 회의를 시작한 강 원내대표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는 러시아 유전공사 투자사기 의혹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검토 등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주장한 뒤 회의 참석자 및 취재기자들의 반응을 살펴본 뒤 “만우절 얘기가 아니다”라고 덧붙이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